최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차량 돌진 사고로 인한 피트니스센터의 영업손실과 입주민의 불편을 이유로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사건을 살펴보자. 이 판결은 공동주택 관리단체의 소송 수행 범위, 입주민 개인의 권리 행사 그리고 영업손실 개념의 적용 한계를 명확히 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단5291426)
▲사건 개요
2024년 2월 한 입주민이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운전을 하던 중 부주의로 차량을 몰아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인 피트니스센터로 돌진해 유리 외벽과 내부 운동기구 및 시설물을 크게 파손시켰다. 해당 차량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사고 직후 보험회사는 파손된 운동기구와 시설물의 교환 비용 등 직접적인 물적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입대의가 추가로 청구한 수리기간 동안의 영업손실 및 입주민 이용료 손실 등에 대해서는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입대의는 약 6824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
원고 측은 피트니스센터가 두 달 가까이 휴장하면서 입주민들이 납부한 이용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사물함 사용료와 회원권 판매 손실 등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입대의가 시설을 위탁 운영하던 용역업체에 매월 수천만 원의 운영비와 위탁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던 만큼 수익 없이 비용만 지출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초래돼 이는 명백한 손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입주민들의 불편과 민원이 증가한 점도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피고 보험회사는 영업손실이라는 개념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적용될 수 없으며 입대의가 주장하는 손해는 입주민 개개인의 권리에 귀속되는 것이므로 입대의가 이를 대신 청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먼저 입대의의 원고적격에 대해, 입대의는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해 구성된 사단으로서 단지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개별 입주민의 권리와 손해까지 자동적으로 승계해 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즉 피트니스센터 휴장으로 인해 입주민 개인이 입은 불편이나 재산상 손해는 개별 입주민이 직접 보험사를 상대로 청구해야 할 사안이지 입대의가 이를 일괄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입대의의 대표성과 법적 지위의 한계를 분명히 한 부분이다. 또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영업손실’에 대해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나 사우나 등 주민운동시설은 입주민의 건강 증진과 여가 활용을 위한 편의시설로 본질적으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영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영업손실’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법원은 입대의가 수익 사업자가 아닌 자치관리 기구라는 점,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 부과 방식이 단순히 관리비와 결합해 주민 복리를 위한 재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법원은 위탁용역비 지출과 관련된 손해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입대의는 피트니스센터가 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업체에 매월 약 900만원에 달하는 용역비와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으므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 이후에도 입주민들에게 이용료가 계속 부과됐고 실제로 환불이나 관리비 차감 조치가 이뤄진 증거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확정적 손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소결
이번 판결은 입대의의 소송 수행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했다. 입대의가 단지 관리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개별 입주민의 권리와 손해는 원칙적으로 개인이 행사해야 하며 입대의가 이를 자동적으로 대리할 수는 없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또한 아파트 내 커뮤니티 시설 운영을 비영리적 성격으로 해석함으로써 영업손실 배상 청구의 가능성을 좁혔다. 이는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의 범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손해의 현실성과 입증 책임을 엄격히 요구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은 추상적·잠재적 손실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확정적 손해여야 하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원칙이 다시금 강조된 것이다. 앞으로 단지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손해의 성격과 귀속 주체를 면밀히 구분하고 객관적인 손해 발생 증거를 확보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입주민이 직접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절차적 안내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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