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에서 발생하는 누수와 같은 하자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그 피해 범위와 원인에 따라 법적 책임 문제로 비화하곤 한다. 특히 누수의 원인이 공용부분에 위치한 설비일 경우 이에 대한 유지·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피해 보상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쟁의 핵심이 된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전지방법원 2022가단111599>

▲사건 개요
이 사건은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상가건물의 일부 호실 소유자인 원고 주식회사 A가, 천장 누수로 인해 자산에 손해를 입었다며 건물관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누수는 스프링클러 소방 배관의 노후화로 인해 발생했으며, 원고는 이를 수 차례 관리단에 통보하고 복구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의 판단
재판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누수의 원인이 된 스프링클러 소방배관이 집합건물법상 공용부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고, 둘째, 관리단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먼저 스프링클러 소방배관이 ‘공용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비록 해당 배관이 각 호실의 천장 위에 매립된 구조라고 하더라도, 그 설비의 본질적 기능이 건물 전체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구분소유자가 현실적으로 접근하거나 관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는 집합건물법상 공용부분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국토교통부 고시(2020-858호)에서도 전유부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공용부분으로 간주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법원의 판단에 정당성을 더했다.

이에 스프링클러 소방배관의 유지·관리 의무는 해당 건물의 관리단, 즉 피고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 배관의 노후화로 인한 누수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관리단의 유지·관리상 과실에 기인한 것이며 당연히 피해 보상의 책임 또한 관리단에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피고 관리단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첫째, 관리단 회의에서 각층의 공용부분 수리는 해당 층 소유자들이 부담하기로 결의했으므로 원고가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문제가 된 호실은 10년 이상 방치돼 있었고, 누수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 감가상각이 완료된 내장재의 노후화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단호히 배척했다. 우선, 관리단 회의에서의 결의가 공용부분의 유지·보수비를 구분소유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공용부분에 대해 법률상 관리단이 부담해야 할 유지·관리 책임을 구분소유자의 내부 회의결의로 면책할 수는 없다는 것이 판시의 요지다. 이는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자기 책임을 면제하는 사적 결의로 공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원칙에 입각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감가상각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는 그 내장재가 이미 수명이 다해 교체 시점이었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법원은 누수로 인한 손상이 객관적으로 드러났으며 내장재가 손상되지 않았다면 교체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피고의 책임을 인정했다.

▲소결
이 판결은 공용부분의 유지·관리에 관한 법적 책임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동시에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그 법적 성격에 걸맞은 주의의무를 다해야 함을 상기시키는 사례다. 스프링클러와 같은 설비는 단지 구조적 위치가 전유부분 내부에 있다고 해서 그 책임이 소유자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니다. 그 기능과 구조, 관리 가능성 등을 종합해 공용부분 여부가 판단되며, 이에 따라 관리단은 적극적인 유지보수 의무를 지게 된다.

관리단의 법적 책임은 단순한 행정기구로서의 역할을 넘어선다. 구분소유자들의 재산권 보호와 안전 확보라는 중대한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기에, 해당 의무를 방기하거나 사적 회의결의로 무력화할 수 없다. 공용부분에서 발생한 하자에 대해 사후적 책임을 피하려면 평소 철저한 점검과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며 이는 곧 전체 입주민의 재산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국의 집합건물 관리단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법적 책임과 의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용’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가볍게 여긴다면 그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 볍지 않다는 사실을 이 판결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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