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A아파트는 61개동 약 4300세대가 입주한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로 단지 내에는 연도형 구조의 상가가 152개 호실 규모로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지하 1, 2층을 합해 5800여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설치돼 있었고, 그 주차장은 아파트 세대와 상가 구분소유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전체 공용부분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6년경 입주자대표회의가 상가 방문객의 주차장 사용을 제한하기로 결의하면서 이후 상가 소유자나 임차인이 소유한 차량은 제한적으로 등록돼 출입이 허용됐으나 상가를 방문하는 고객의 차량은 일체 진입이 차단되는 상황이 지속됐고 이에 반발한 상가 구분소유자들이 자신과 고객의 정당한 이용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가합31440>
이 사건에서 상가 구분소유자들의 주장은 간명했다. 즉, 주차장은 단지 전체 구분소유자의 공용부분이므로 아파트 입주민뿐만 아니라 상가 소유자와 임차인 및 이들을 방문하는 고객도 당연히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아파트 방문객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데 상가 방문객만을 배제하는 것은 집합건물법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형평에도 반한다는 것이었고, 반대로 입대의는 이미 상가 측에 건축 당시 계획된 주차면수 이상을 등록·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가 방문객까지 주차장 출입을 허용한다면 아파트 입주민의 주거 평온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관리규약상 주차장 개방 여부는 입주민 과반수 동의에 달려 있으므로 상가 소유자들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러한 대립을 조정하면서 먼저 주차장의 법적 성격을 검토했다.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집합건물의 구조상 여러 구분소유자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부분은 전유자 전원의 공유로 귀속되는 공용부분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단지의 주차장은 아파트 구분소유자뿐 아니라 상가 구분소유자도 공동으로 소유하는 전체 공용부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따라서 상가 구분소유자는 물론 그 임차인과 방문객 역시 주차장을 정당하게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또한 아파트 입주민의 방문객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데 상가 방문객만 배제한다는 것은 상가 구분소유자의 공용부분 사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서 입대의의 권한 범위에 대해서도 분명히 지적했는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입대의는 아파트 입주민을 대표해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자치 사항을 의결할 수 있을 뿐,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의 지위까지 당연히 겸유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가 구분소유자가 배제된 입대의가가 단독으로 공용부분 사용을 제한할 권한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상가 구분소유자를 포함한 단지 전체 관리단의 결의나 관리규약 변경을 거치지 않고는 상가 방문객의 주차장 이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상가 방문객 차량의 출입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허용하도록 판결하면서도 상가 소유자와 임차인 차량은 이미 등록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므로 추가적 방해금지청구 부분은 기각했고 간접강제 역시 판결 직후 피고가 곧바로 판결을 위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별도 신청 절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해 인정하지 않았다.
▲소결
이번 판결의 의의는 공용부분의 본질을 다시 확인해 준 점이다. 주차장은 단지 전체의 구분소유자가 공유하는 시설로 특정 집단이 독점할 수 없고 상가 방문객도 이용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입대의의 권한을 엄격히 제한한 판결로서 입대의가 공동주택관리법상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집합건물법상 관리단과 동일시될 수 없음을 확인해 주었다. 나아가 아파트 입주민의 주거 평온과 상가의 영업활동이라는 상충되는 두 가치 사이에서 법원은 일정 시간제한이라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안에 참고할 만한 실무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공용부분 사용 제한은 반드시 관리단 결의나 규약을 통한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추상적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입대의와 관리단을 혼동하지 말고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상가와 아파트는 대립적 존재가 아니라 공존해야 하는 상호 보완적 존재라는 점을 전제로 제도와 규약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이번 판결은 주차장 분쟁을 넘어 집합건물 공용부분 관리의 원칙, 권한 구조의 구분, 그리고 주거와 상업의 공존이라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으며, 단지의 단기적 편의보다는 공동체 전체의 장기적 조화를 도모하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일깨워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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