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의 전통 위에 젊은 세대의 감각 한 스푼을 더했다. 일명 뉴 헤리티지(New Heritage) 경주. 복고주의로 불리는 레트로가 복원하거나 계승하는데 머물렀다면 뉴헤리티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창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즉 전통적 문화 요소를 재해석해 새로운 소비문화에 접목시키는 것.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 온 경주에서 요즘 사람들의 요즘 경주 여행법을 만나보자.고즈넉한 고분을 통창으로 바라보는 ‘오아르 미술관’이 개관 6개월 만에 경주의 명소가 됐다. 지난 4월 오픈 후 누적 관람객 18만명, 그러니까 한 달에 2
하동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어머니의 강 섬진강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장이다. 전국에서 찾아온 남녀노소 수많은 여행자로 사계절 내내 북적이는 이곳은 매해 4월이면 새하얀 벚꽃이 지천에서 장관을 연출해 말 그대로 ‘꽃 반 사람 반’이다. 섬진강에서 자란 청정 민물조개인 재첩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 역시 오랜 세월 깊은 풍미로 커다란 사랑을 받는 하동의 대표 명물이다.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는 천혜의 자연으로 충분히 빛나는 하동의 명성을 더욱 지금과 같이 값지게 높여준 세계적 유산이 있으니 무려 12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차(茶)’
여행대학 때 자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통영 출신 동기가 있었다. 통영의 앞바다가 선물한 감수성이 기른 예술인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과 지역의 애칭이 ‘동양의 나폴리’라는 얘기를 이 친구에게 들었다. 동기가 고향 얘기를 할 때면 늘 남쪽의 파도 소리가 들렸다.통영에는 아내와 국내 배낭 여행을 할 때 처음 갔다. 지금보다 여행 정보가 귀할 때였는데 어찌 알았는지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 내려 자연스럽게 강구안으로 향했다. 친구가 눈빛을 반짝이며 자랑하던 통영이 거기 있었다.젊은 여행자였던 우리는 길 위에서 늘 배가 고팠다. 고맙게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어보자. 전주여행 빼기(-) 전주한옥마을은? 다시 말해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천주교의 성지 전동성당, 한류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 전주향교를 빼고 남는 것은? 정답은 ‘전주 도서관 여행’이다. 한식과 한복, 한지 등 우리 문화의 참맛을 보여주는 전주가 책의 도시로 거듭난 이유를 전주 도서관 여행이 증명하고도 남는다.2021년 6월, 바람에 나부끼는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 플래카드가 전주 도서관 여행의 시작이었다. 폐 동사무소와 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작은 도서관으로 전환하고 숲속과 한옥마을에 특
흔히 ‘나이 들수록 바다보다 산이 좋아진다’고들 하던데 나는 여전히 바다에 더 끌린다. 내륙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바닷가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 있다. 현실적인 이유로 바닷가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는 없었다. 당장 떠날 수 없으니 나름의 대안을 마련했다. 마음에 드는 바닷가 마을을 선택해 내킬 때마다 찾아가기로. 그렇게 여행자 모드가 아니라 현지인처럼 강원도 고성 바닷가를 들락거리게 됐다.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해안 도시가 한둘이 아닌데 왜 고성에 꽂혔을까? 우선 바다 빛이 유난히 곱다. 쪽빛, 옥빛, 민트빛, 에메랄드빛,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강화도의 어느 바닷가. 편한 복장을 한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서일까. 갯벌 위로 부는 바람을 즐기기 위함일까. 바닷가 뒤로 솟은 야트막한 언덕에 모인 사람들은 조용히 요가 매트를 펴고 앉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서로 낯선 사이였던 이들은 이제 노을을 바라보며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섬이 품은 자연에 동화되는 이 특별한 순간은 협동조합 청풍이 주도하는 프로그램 ‘잠시섬’에서 펼쳐진 풍경이다.이름 그대로 ‘잠시 멈춰 섬에서 쉰다’를
이따금 이런 상상을 해본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작은 공간에 오롯이 나 혼자다.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전자기기는 없다. 시계도 없다. 대신 초록빛 자연을 담은 큰 창 하나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한두 권과 끄적거릴 노트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종일 멍때려도 될 자유가 있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본 상상의 공간이 완벽하게 재현된 현실판 장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갔다.강원 홍천군으로 접어들어 홍천강 지류를 따라 초록이 한창인 산야를 눈에 머금고 얼마를 달렸을까? 행복공장이라는 작은 간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많고 많은
북한산은 서울특별시 북부와 경기도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에 걸쳐 솟은 해발 835m의 산이다. 한양(서울)의 북쪽에 솟아 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하며, 주봉인 백운대를 비롯해 인수봉과 만경대를 묶어 삼각산(三角山)이라고도 불렀다. 북한산의 능선을 남쪽으로 이으면 산줄기는 더 길어진다. 도봉산과 사패산, 그 너머 수락산과 불암산까지 한줄기로 연결됐다.이는 곧 다섯 산의 머리글자를 딴 종주 산행의 고전이 됐다. 바로 ‘불수사도북 종주’다. 총 거리 약 45km, 누적 상승고도 약 4000m, 등산객 평균 스무 시간 이상 걸리는 난이
간판도 사람도 없다. 불도 꺼져있다. 낡은 밥상 위에 적힌 ‘가가책방’을 보고서야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책방 문도 자물쇠로 잠겨있으니 ‘영업중(OPEN)’ 공간이라는 것을 짐작하기도 어렵다.가가책방은 손님이 직접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야 한다. 비밀번호를 알려면 책방 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그것부터 손님들에겐 진입장벽이다. 문을 열고 입장했다 한들 남은 일이 많다. 모든 이용 방법은 스케치북에 적혀있다. 정독을 해야 가까스로 무인 책방 운영 방식을 알게 된다. 마치 상점을 오픈하고 마감하는 주인처럼 조명과 에
첩첩산중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어느 깊은 골짜기 강을 건너야만 닿는 마을이 있다. 오직 물줄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소형 모터보트, 그리고 큰 바퀴를 자랑하는 트랙터만 이 강을 오갈 수 있을 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 흔한 다리 하나 없다는 뜻이다. 최근에서야 징검다리 하나가 생겼을 뿐이다. 접근의 불편함을 매력으로 삼는 이곳은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자리한 맹개마을이다.앞으로는 낙동강이, 뒤로는 청량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여러 봉우리가 감싼 이곳은 육지 속 섬처럼 고립된 형태를 띤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 지
세상에 존재하는 여행지의 수만큼 여행을 떠나는 이유 또한 다양하다. 그중 일상에서 겪는 번민과 문명이 주는 소음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여행자에게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하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는 정답 같은 여행지다. 복잡하게 흐르는 세상에서 잠시 비켜나 스스로 선택한 고립의 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기 때문이다. 낯설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이곳의 경험은 여행자에게 마음의 위로가 될 것이다. 뜨거운 계절에서 잠깐 도망치듯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왜관수도원이 자리한 왜관읍에 기차로
만지도와 연대도는 푸른 통영의 섬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섬으로 향하는 뱃길에는 바다 향과 싱그러운 호흡이 담긴다. 통영의 섬은 차곡차곡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설레게 한다. 통영이 품은 이웃 섬, 만지도와 연대도는 출렁다리로 이어지며 한 묶음이 됐다. 섬으로 가는 배편은 산양읍 남단의 달아항과 연명항(연명마을)에서 출발한다. 달아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학림도, 저도 등을 거쳐 연대도와 만지도에 닿는다. 연명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만지도로 바로 연결된다.한려해상국립공원 섬의 들고 나는 모습을 가까이 보고 싶다면 달아항에서 출발
색다른 물길 여행 호반의 도시로 떠나는 ‘춘천 물레길’이다. 이색 체험으로 각광받는 우든 카누가 물레길의 주인공. 내리쬐는 태양 아래 패들 젓는 노동까지 더해졌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다. 의암호 한가운데 무인도로 다가가 아마존 정글을 탐사하듯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카누 타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10분 남짓한 카누 탑승 교육 시간이 얼마나 쉬운지 말해준다. 앞으로 나가고 싶으면 그립(패들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블레이드를 물속 깊숙이 담근 뒤 앞에서 뒤로 민다. 후진할 때나 물풀 같은 장애물을 만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바다가 육지로 변하고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는 다리로 연결됐다. 군산에서 선유도까지 자동차로 여행하는 세상이다. 새로 열린 길 따라 선유도에서 여름을 즐겨보자. 유람선 타고 바다에서 고군산군도를 입체적으로 감상한 다음 자동차로 선유도까지 달려보자. 신시도에서 무녀도, 무녀도에서 선유도, 선유도에서 장자도를 징검다리처럼 건넌다. 장자교, 대봉전망대, 선유도해수욕장 등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 명소를 둘러보면 어느새 더위가 사라진다.새만금방조제를 달리는 길은 거침이 없다
도심 속 동굴 테마파크 광명동굴은 광명시의 랜드마크이자 ‘2017 한국관광의 별’ ‘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명소다. 가학산에 자리 잡은 광명동굴은 연간 100만명 이상 다녀가는 곳인 만큼 주차장이 매우 넓다. 동굴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은 광명시자원회수시설과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주변에 있는 제1주차장이다. 동굴 입구까지 완만한 길(15분)과 계단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5분)로 나뉜다.광명동굴은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1903년 시흥광산으로 설립했다는 기록이 있고 1912년 일제가 광산을 개발하면서 징
누구에게나 버킷리스트가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목록 중 하나가 ‘서서 타는 패들보드, 즉 SUP 도전하기’다. 수년 전 캐나다 로키산맥의 어느 평화로운 호수에서 유유히 SUP을 즐기는 여행자를 목도한 적이 있다. 대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유영하는 그 모습에 반해 당장 버킷리스트에 올렸더랬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패들보드를 타는 장면을 봤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당장 부산 광안리해변으로 달려갔다.명성에 걸맞게 해변에는 SUP 체험에 특화된 SUP 존(SUP Zone)
삼면이 바다로 이뤄진 우리나라에서 바다는 땅과 더불어 매우 귀한 생계의 터전이었다. 땅이 농사의 근거지였다면 바다는 농사가 시작되기 수백만 년 전부터 수렵의 주요 무대였다. 바다에서 삶을 일구어 왔던 사람으로 ‘해녀(海女)’를 빠뜨릴 수 없다. 얕은 바다에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아가는 해녀는 2015년 해양수산부 국가 중요어업유산 제1호,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보전되고 있다.해녀의 고장 제주도는 바람과 돌, 그리고 여자가 많아 예로부터 ‘삼다도(三多都)’로 통했다. 여기서 여
발 도장을 찍으면 파도가 밀려와 흔적을 지운다. 이따금 무게를 실어 발자국을 꾹 남기면 바람이 슬며시 모래로 채운다. 맨발 걷기는 열풍처럼 불어와 대중화됐지만 ‘어싱’이라는 단어로 부르니 지구와 공존하는 듯 색다르다. 땅에 맨발을 디디며 건강을 되찾는 시간, 태안으로 가보자.‘어싱(Earthing, 접지)’은 땅(Earth)과 진행형(ing)의 합성어로 맨발을 접촉해 지구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행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맨발 걷기다. 몸속 정전기는 땅으로 내보내고 땅의 음이온을 신체로 받아들이는 것. 수분이 있는 흙길이나 바닷
전북 고창군의 서쪽 상1하면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구시포해수욕장과 동호해수욕장이 유명하지만, 이 일대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해변이 하나 있다. 정식 명칭은 없지만 지역주민들에게 ‘명사십리해변’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명사십리는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10리(약 4km)에 걸쳐 이어진다는 뜻인데 여기는 무려 8km 길이의 해변이 광활하게 펼쳐진다.이곳에 누구나 쉽게 승마를 배우고, 숲과 해변을 달려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2013년에 처음 문을 열어 이제는 다양한 승마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휘게팜
좋은 시기는 늘 짧았다. 우리나라의 봄이 매번 그랬다. 물러설 것 같지 않던 혹한의 계절을 기어코 밀어내고 선물처럼 도착한 따뜻한 기운도 잠시. 어느새 작별할 준비를 하려는 봄의 뒷모습을 보며 괜히 마음 한구석이 조급해졌다. 이렇게 보낼 수만은 없지. 여전히 봄 기운 가득한 여행지가 어디일까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섬이 서쪽 바다에 보석처럼 떠 있는 신도와 시도, 모도다. 자전거나 바이크 라이딩도 가능하니 봄 여행지로 이보다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더위가 몰려들기 전 라이딩하며 보는 섬 풍경이 궁금해 서쪽을 향해 떠났다.신도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