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연구소 인사이트

지난 4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일본에서 매년 개최하는 맨션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매년 참가하는 학회이지만 올해는 남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한국의 아파트 관리에 관심이 크다는 점이었다. 그간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대규모로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에 큰 흥미와 관심을 보였다면 이제는 행정의 관여를 중심으로 하는 제도의 체계에 대한 관심으로 시선을 돌린 듯하다.

일본의 경우 분양맨션의 관리는 구분소유자의 사적자치에 일임해 왔다.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공적인 관여를 하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불충분한 이유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가장 선호하는 주택이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으로, 분양맨션은 단독주택에 정착하기 전에 거쳐 가는 주거의 유형으로 인식했던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맨션의 생활 편의성, 구조의 안전성, 보안의 우수성 등을 이유로 맨션에서 영주하기를 희망하는 거주자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맨션이 부동산 시장에서 양질의 주택으로 인정받고 거래될 수 있도록 적절한 관리가 수반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는데 의사결정의 어려움, 전문성 필요 등 맨션의 소유자에게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그 결과 ‘맨션관리 적정화 추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제정 초기의 법령에서는 맨션관리사, 맨션관리업무주임자와 같은 전문자격제도를 도입했고 지자체의 지원 근거가 명시되는 정도였다. 다만 맨션관리사 활용, 상담과 같은 지원은 관리의 주체인 구분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효과가 없고 위탁관리회사에서 의무 고용하는 맨션관리업무주임자는 맨션의 위수탁계약 시 관리조합에게 계약내용의 중요 사항을 설명하도록 하는 소극적 접근이었다.

맨션관리 적정화 추진법이 제정된 지 25년이 지난 즈음에 맨션관리 정보공개와 전문조직에 의한 현장관리 제도를 도입해 확산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의 아파트 관리 제도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일본에서 맨션의 물리적인 노후화가 지속되고 맨션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소유자의 관리소홀 문제 혹은 소유자의 고령화로 인한 의사결정기구 부재 등이 이제는 공적 관리감독과 지원이 절실해졌다. 맨션관리 정보공개 제도는 행정기관의 맨션 지도감독의 일환으로 노후 맨션의 관리현황을 제출하도록 해 노후 맨션의 관리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나 하와이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콘도미니엄 관리의 퍼블릭리포트 제도를 모델로 한 것이다. 이를 활용해 맨션관리업협회에서는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관리적정평가제도’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기관에서 관리정보를 평가해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기존맨션의 구입 시에 판단하도록 일반인에게 공개해 관리가 잘되는 맨션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려는 목표가 있다. 이를 확대해 우리나라의 K-apt를 통해 관리비, 입찰결과와 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K-apt 등 관리 제도는 해외에서 주목할 정도로 체계화돼 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우리나라는 관리비의 투명한 사용을 목적으로 관리비 항목의 세분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과 과태료, 입찰정보의 공개 등 매우 획일적인 기준을 지키도록 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관리정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관리비는 저렴한 것이 투명하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식의 제도는 이제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 아파트 관리 현장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보다 합리적인 제도의 정비를 통해 한국의 아파트 관리 제도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