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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칼럼] 집합건물의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 될 수 있나
승인 2021.03.26 09:14|(1333호)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년 2월 5일부터 개정된 집합건물법이 시행됐다. 개정된 집합건물법은 관리인 신고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2월 5일 이후에 선임된 관리인은 시·군·구에 관리인 선임을 신고해야 한다. 물론 모든 집합건물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전유부분의 개수가 50개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관리인 선임신고제도의 도입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점은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으로 선임됐음을 신고할 수 있는가 여부다. 일반적으로 관리인은 구분소유자일 필요가 없고, 법인도 관리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에 근거해서 위탁관리업체도 당연히 관리인으로 선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점이 문제되는 것 같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위탁관리회사는 관리인으로 선임될 수 없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관리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집합건물의 관리단은 구분소유자로 구성된 단체이며, 집합건물의 관리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데, 어느 단체이든 대표자가 필요하듯이 관리단도 대표자가 필요하다. 집합건물 관리단의 대표자를 관리인이라고 부른다. 집합건물법이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판례도 관리인이 관리단의 대표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체가 활동을 할 때에는 대표자의 명의로 활동을 해야 하는데, 관리단도 마찬가지로 대외적으로 활동을 할 때에는 관리인의 명의로 활동을 해야 한다. 만약 관리단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소장(訴狀)에 관리인이 대표자로 기재돼야 한다. 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계약서에 관리인이 대표자로 기재돼야 한다. 관리인은 관리단의 사무를 집행하기도 하는데, 관리인은 관리단의 직원들을 채용하고 업무 지시를 하며, 건물관리에 관한 관리단 집회나 관리위원회의 결의사항을 집행한다. 물론 이러한 일들을 관리인이 혼자서 할 수는 없고, 위탁관리회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단체의 대표자가 이러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비영리법인의 이사장이나, 회사의 대표이사가 관리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관리인의 개념이 이러하다면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의 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위탁관리회사가 집합건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리단과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위탁관리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규약이나 관리단 집회 또는 관리위원회의 결의가 필요하지만, 위탁관리계약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관리인이 위탁관리회사와 협상해서 정하게 된다. 그 협상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관리단의 대표자와 위탁관리회사가 위탁관리계약서에 서명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이 된다면 위탁관리계약서에는 (갑)란에 관리단의 대표자로서 위탁관리회사가 서명하게 되고, (을)란에도 수탁자로서 위탁관리회사가 서명하게 된다. 이를 법적으로는 자기계약이라고 부른다. 우리 민법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는데, 법에 규정돼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이다.

예를 들어 비영리법인의 이사장이 법인의 땅을 자신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러한 일을 허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위탁관리계약이 체결되면 관리인은 그 계약의 내용에 따라 관리에 관한 업무를 지시해야 하는데,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이 된다면 자기가 업무를 지시하고 이를 스스로 수행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이 된다면 구분소유자들은 위탁관리계약을 해지하려고 해도 사실상 해지할 수 없게 된다. 위탁관리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규약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 관리단 집회의 결의가 필요한데, 관리단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관리단 집회를 개최해 본 구분소유자라면 누구나 집합건물법을 준수해 관리단 집회를 개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의 주소지를 파악해야 하고, 관리단 집회 소집통지서나 서면결의서 양식, 위임장 양식 등을 발송해야 한다. 일단 구분소유자와 임차인 명부와 주소지 확인하는 일에서 대부분 좌절하게 되고,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이 집회에 석하지 않는 것 때문에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이 된다면 위탁관리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관리단 집회를 개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분소유자들이 관리단 집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으로 있다면 관리인이 없는 경우보다 관리단 집회를 개최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관리인이 있다면 구분소유자들이 관리단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이 된다면 그로 인해서 이익을 얻는 이는 구분소유자가 아니라 위탁관리회사가 된다.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은 위탁관리회사 마음대로 집합건물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은 관리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두 가지 대표적인 이유를 들었는데, 그밖에도 우리나라의 단체법리에 따르면 법인과 같은 단체의 대표자는 자연인에 한정된다고 보는 점도 언급할 수 있다. 만약 법인이 다른 법인의 대표자가 된다면, 대표자가 의사결정을 위해서 다시 해당법인의 이사회나 총회의 결의절차를 거쳐야 하고, 자연인과 달리 법인의 경우에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이 돼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을 위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러한 집합건물에서는 대부분 구분소유자와 임차인이 관리인에서 소외된다. 위탁관리회사는 구분소유자들의 대표자인 관리인의 통제하에서 위탁관리계약을 수행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관리인이 되고자 한다. 그러니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이 되면 위탁관리회사는 별다른 통제도 받지 않고 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 만약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인으로 신고하고 이를 시·군·구에서 수리하게 된다면 법리에 어긋나는 현상과 구분소유자들과 임차인이 관리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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