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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칼럼] 강화학습과 개정된 집합건물법의 시행
승인 2021.02.24 09:27|(1329호)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에 해당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유전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이나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도 기계학습에 해당한다. 기계학습 중에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도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학습방법이다. 강화학습의 원리는 단순하다. 예를 들어 미로에 들어가서 출구를 찾고자 한다면 강화학습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길을 찾기 위해서 무작정 떠난다. 길을 가다 갈림목을 만나게 되면, 아무 길이나 골라서 계속 간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다시 갈림목으로 돌아와 다른 길을 선택한다. 그 길도 막히면 다시 그 전단계의 갈림목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 이러한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결국 출구를 찾게 되고 학습이 완료된다. 물론 말을 통해서 과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치로 계산되고, 갈림길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바탕으로 각각의 갈림길의 선택에 대한 가중치가 계속적으로 조정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통해 답을 찾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공팔을 활용해 프라이팬을 움직여서 그 위의 팬케이크를 뒤집는 방법을 학습하는 경우에도 강화학습이 이용된다. 인공지능이 팬케이크 뒤집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인공팔의 각 관절에 힘과 시간에 관해 무작위의 숫자를 입력한다. 엄청난 행운이 아니라면 처음시도에서 팬케이크는 바닥에 떨어지거나 뒤집혀지지 않을 것이다. 팬케이크가 바닥에 떨어지거나 뒤집히지 않으면 다른 숫자를 입력한다. 뒤집기에 근접한 정도에 따라 입력값을 조정하며,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 팬케이크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는 입력값을 찾아내게 된다. 인공지능이 팬케이크 뒤집기를 학습한 것이다. 이런 단순한 학습방법이 엄청난 계산능력과 결합해 결국 이세돌을 이길 수 있는 알파고의 일부를 이뤘다. 인간의 뇌도 쾌락을 주는 정보처리시스템은 강화하고 고통을 주는 정보처리시스템은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학습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공지능이나 인간이 학습하는 방법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강화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시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작이 있어야 이를 출발점으로 값들을 조정해 결과에 이르는 값을 찾아낼 수 있다. 시작을 하고 각각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그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강화학습에서 처음 입력한 값이 틀렸는가 하는 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처음 입력값이 틀리는 것은 확률상 당연하며, 중요한 것은 반복된 시도를 통해 최초 입력값을 조정하는 것이다.

2020년에 개정된 집합건물법이 2021년 2월 5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법률에는 분양자의 관리의무, 관리인 선임신고의무, 회계감사의무, 수선적립금 등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3년 개정 이후에 가장 큰 폭의 개정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려할 사항도 많다. 분양자의 관리의무가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며, 분양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관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관리인 신고를 위한 행정적 대응방안은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고, 관리인 신고를 수리하기 위한 기준은 결국 담당 공무원의 몫이 됐다. 법학자나 법률가들도 해결하기 어려운 관리인 선임의 적법성 문제를 담당 공무원들이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2월 5일 이후에 회계연도가 개시된다면 법무부장관이 고시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회계업무가 수행돼야 하는데 회계처리기준을 찾아 볼 수 없다. 건축물관리법에 따른 장기수선계획과 집합건물법에 따른 수선계획의 관계도 정립되지 않았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데, 당사자 출석이나 자료제출 요청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개정된 집합건물법의 시행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집합건물법의 시행을 반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작이고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돌아가게 만드는 비효율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정법률에 대한 비판은 개정법률의 시행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새로운 선택이 없었다면 비판도 없고, 더 나아질 수도 없다. 그리고 법은 미로에서 길 찾거나 팬케이크 뒤집는 법을 배우는 것과는 다르다. 법은 사회의 기준이 되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은 목표를 위해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길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니 새로운 시작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새로운 시작과 그 이후에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거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희생이 최소화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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