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44〉

바오밥나무의 학명은 아단소니아(Adanso nia digitata)로 아프리카의 세네갈에서 이 식물을 발견해 처음 세계에 알린 프랑스의 식물학자 M. 아단송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잎의 모양이 손가락을 닮아 digitat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바오밥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연적으로는 살 수 없고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식물원에 있는 바오밥나무를 보러 갔을 때 지중해의 기후에 맞춰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있음에도 나뭇잎이 누렇게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우리나라의 한겨울을 아프리카의 서늘한 가을처럼 체감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무에게 묻고 싶었다.
실제로 바오밥나무는 낙엽활엽수로 겨울이면 낙엽이 되고 늦봄부터 초여름에 새잎이 나온다. 바오밥나무 척박한 땅에서 수천년을 살아가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생명의 나무로 껍질은 질병 치료제로, 열매는 식재료로 쓰이는 등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열매에는 비타민C가 오렌지의 6배나 들어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옛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이 나무를 매우 신성시해 원통이 크고 중간이 비어 있는 바오밥나무를 무덤으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바오밥나무의 신체는 평균 높이 20m, 둘레 지름 10m 이상, 뿌리 40m에 이르고 몸통에 무려 12만L의 물을 저장한다.
몇천년 동안 살며 현재 최고령 나이 5000살도 있다고 하니 감히 내 생애에는 가늠하기 힘든 신성한 나무다. 몇 년 전까지 6000살 먹은 바오밥나무가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몇 번의 태풍으로 쓰러져 생을 마감했다.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바오밥애비뉴는 마치 바오밥나무의 낙원 같다. 말라가시어로 바오밥나무의 다른 이름은 ‘레날라(Renala)’로 ‘숲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세네갈 말로 바오밥 나무는 ‘100년의 나무’를 의미하는데 바오밥 나무가 수천년을 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프리카의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모든 활동을 최소화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라고 건조한 땅에서 물을 얻기 위해 크고 튼튼한 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지구의 기후 온난화로 인해 수천년을 산 바오밥나무가 죽어가고 있어 마다가스카르의 3종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는 뉴스는 너무나 안타깝다.

세계적으로 8종이 있으며 그중 6종(3종은 멸종위기종)이 마다가스카르에서 자라고 있으며 호주에 1종, 아프리카대륙에 1종이 분포하고 있다. 바오밥나무는 20년 자라야 꽃이 피고 60년이 지나야 열매가 맺히고 우직하게 서서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100년도 못사는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고 나약하다는 것을. 그래서 겸손해져야 함을 배운다.
바오밥나무는 오늘도 하늘 아래 지구인들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명대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