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43〉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수목
아프리카대륙을 원산지로 하는 낙엽 교목(아욱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에 분포
‘바오밥나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앙투안 마리 장바티스트 로제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Jean-Baptiste Roger de Saint-Exupéry)가 쓴 소설 ‘어린 왕자’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공군 장교였던 생텍쥐페리가 유진 레이널(Eugene Reynal)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무심코 냅킨에 그린 아이 그림을 본 유진 레이널이 크리스마스 전까지 그 아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 제안이 어린 왕자를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책 속의 어린 왕자의 모티브는 체코 프라하의 아기 예수상이라고 한다.

이 바오밥 나무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로 떠오른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3편에 등장했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애비뉴를 보며 바오밥나무는 어린 왕자의 작은 별에 사는 신비로운 나무가 아니라는 걸 일깨웠다. TV 화면으로 보이는 바오밥 애비뉴는 마치 신이 숨겨놓은 지상의 낙원, 해지는 풍경은 어찌나 신비로운 빛으로 물드는지 자연의 빗어내는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어린 왕자는 해지는 풍경이 좋아 하루에 마흔네 번씩이나 봤고 정말 슬플 때는 해가 지는 게 더 좋았다고 하는데 필자 역시도 위안이 됐던 저녁놀이다.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 바오밥나무를 등장시킨 것 역시 브라질에서 본 바오밥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어린 왕자는 바오밥나무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무가 자라기 전에 제거하지 않으면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을 다 차지하고 집어삼켜 버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오밥 나무의 뿌리의 키보다 2배나 깊게 뿌리를 내린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줄기가 굵어지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시대에 한 번쯤은 읽어봤을 ‘어린 왕자’는 밤하늘 별을 쳐다보며 우주 어딘가에 내가 찾는 작은 별이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줬다.
또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양, 사막여우, 장미꽃, 뱀, 왕, 가로등을 켜는 사람, 지리학자, 철도원, 술꾼, 사업가 등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바오밥나무를 처음 알게 해준 어린 왕자에서는 비록 어린 왕자의 별, 소행성 B-612를 엉망으로 만드는 유해 제거 대상 1호로 등장하지만 필자에게는 거대한 몸집이 신비롭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유년 시절 책을 읽으며 느꼈던 바오밥나무는 생소하고 비현실적이며 마치 전설 속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특히 가지모양이 잎이 없는 시기에 굵은 뿌리가 하늘로 뻗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나무 위아래가 거꾸로 있는 것처럼 보여 원주민들의 전설에 신이 실수로 거꾸로 심은 나무라고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