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46〉
장렬했던 태양의 그림자가 선선한 바람 뒤로 가만가만 뒷걸음하고 산과 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 숲, 아파트의 크고 작은 마을 숲에도 물들어 오는 가을이다. 가을에 유난히 아름다운 나무를 찾아본다면 그 이름마저도 단풍나무인 단풍나무가 있고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 중에는 교목으로 대왕참나무, 복자기나무, 은행나무, 관목으로는 화살나무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어딜 가나 가장 친근한 느티나무는 크고 웅장한 수형만큼이나 수채화 같은 노란색에서 황갈색으로 물들어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습이 장관이다. 때마침 바람이라도 불어 나뭇잎이 살랑일 때는 수고로운 계절의 위로를 속삭여주는 것 같다.
단풍나무의 매력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편식하지 않는 아이처럼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처럼 어디에 심어도 잘 적응하고 잘 자란다.

① 단풍나무(Acer palmatum Thunb.)
무환자나뭇과의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종명인 palmatum은 잎의 모양이 다섯 손가락을 펼친 모양과 닮은 것에서 유래했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등 품종에 따라 다양한 잎 모양과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고 특히 붉게 타오르는 듯한 색감이 으뜸이다. 정원수로는 대표적으로 청단풍, 홍단풍, 공작단풍이 식재돼 있다.
•크기: 5~10m, 가지가 섬세하고 옆으로 넓게 퍼지는 수형
•생육 환경: 건조한 곳보다는 촉촉하고 배수가 잘되는 약산성 토양을 선호하며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지만 햇빛을 잘 받아야 단풍이 더 아름답게 물든다. 한여름의 강한 직사광선은 잎을 태울 수 있으므로 오후에 약간 그늘이 지는 곳이 이상적이다. 건조하면 잎이 말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뿌리 부분에 습기를 머금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에서 잎이 건강하다.

② 복자기나무(Acer triflorum Kom)(Amur Maple)
가을 단풍이 단풍나무류 중에서도 가장 곱고 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단풍나뭇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Acer’는 라틴어로 ‘단단하다’ 또는 “날카롭다’라는 뜻이 있고 ’triflorum’은 ‘tri-’(셋)와 ‘florum’(꽃의)의 합성어로 복자기나무의 꽃이 보통 3개씩 모여 피는 특징에서 유래했다. ‘목재가 단단하고 꽃이 3개씩 피는 나무’ 복자기나무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코마로프가 명명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목재가 매우 단단해 예전에 수레의 차축을 만들 때 사용되기도 해 ‘나도박달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다.
•크기: 15~25m,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는 둥글고 콤팩트한 수형, 그늘진 곳에서는 위로 곧게 뻗고 퍼지는 수형
•특징: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 형태(삼출엽), 수피(나무껍질)가 벗겨져 들떠있는 모습
•생육 환경: 습한 환경을 선호하며 얕은 뿌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에는 자주 관수해야 하며 강풍이나 태풍에 쓰러질 수 있으므로 육안 점검이 필요하다. 음지에서도 비교적 잘 자란다.

③ 대왕참나무(Quercus palustris Munchh.)
참나뭇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북아메리카가 고향이다. ‘Quercus’는 참나무속을 의미하고 ‘palustris’는 ‘습지에 사는’ 뜻으로 대왕참나무가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Pin oak’라고도 불리는데 ‘Pin’(핀)은 줄기와 큰 가지에서 핀처럼 작고 뾰족한 잔가지들이 많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마치 옷핀이나 바늘처럼 보인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크기: 15~20m, 가는 가지가 많은 편으로 원뿔 또는 원통 모양의 크고 웅장한 수형
•특징: 잎은 5갈래로 깊게 갈라져 있고 끝이 뾰족하며 광택이 있다. 붉은 단풍이 오래도록 가지에 매달려 있고 겨울에도 마른 잎이 가지에 남아있다. 붉은색이 단풍 열매는 도토리 모양이지만 일반 도토리보다 작고 납작하다.
•생육 환경: 다소 습한 곳에서 잘 자라며 공원이나 넓은 정원에 심는 것이 좋다. 병충해에 강한 편이지만 특히 천공성 해충인 유리나방 해충에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