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TV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 한 패널이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관리업체 등 기타 용역업체 사이에 체결한 계약에 관해 “어떻게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자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느냐?”고 질의한 적이 있었다. 이에 입대의는 입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할 뿐이며, 입대의가 체결한 계약은 입주자 전체에 효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계약에 대한 무효를 입주민이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아래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8120 판결)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자.

▲사실관계
피고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의 동대표 등 입주자들의 대표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고,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입주자이자 동대표였다.

피고는 2013. 2. 1. 새로운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을 위한 입대의를 개최했고, 공동주택 위·수탁 관리업체를 선정하면서 그 진행은 임원회에서 주관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리고 이어 그 임원회에서 구체적인 입찰 자격을 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피고는 주택관리업체 선정 공고를 했고, 17개 업체가 입찰등록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 중 4개 업체를 1차로 선정한 후 최종적으로는 B업체를 낙찰자로 공고했다. 피고는 해당 업체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를 위탁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위·수탁 관리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원고를 비롯한 일부 동대표 및 입주자들이 위 낙찰자 선정 및 이 사건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강남구 등에 진정을 냈고, 강남구청장은 피고에게 진정 사항에 대한 소명자료의 제출을 요구했으며 위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택관리업자를 재선정하라는 시정명령을 했다. 그러자 피고 입대의 임원회에서 다시 회의를 개최해 기존 입찰에 참가한 17개 업체에 대한 서류 심사를 재진했다. 이후 B업체를 포함한 5개 업체를 선정한 후 그 중 최저가격업체로서 B업체를 재선정하는 의결을 진행했다.

이에 입주민인 원고들이 입대의의 결의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는 원고들이 위 계약과 관련해 법률적 이해관계가 아닌 사실적 이해관계를 갖는 자에 불과해 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방법과 관리조직이 변경되고 그러한 변경에 따라 관리비의 상승 등으로 입주자 등에게 금전적인 손실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으며, 자격 미달의 주택관리업자 선정으로 인한 아파트 관리 소홀, 잘못된 관리로 인한 생활상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는 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주자 등이 이 사건과 같은 소를 제기해 위탁관리계약의 무효 확인을 함으로써 피해를 막을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라며 “입주민이 입대의가 체결한 계약에 대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시했다.

▲소결
위에서 살펴보듯 우리 법원은 입대의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아파트의 관리방법과 관리조직이 변경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입주자들의 생활상의 피해와 금전적 손실을 보호해야 할 법률상의 이익으로 판단했다. 통상적인 계약의 경우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입대의는 입주민을 대표해 성립된 단체고, 입주민을 대신해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입주민 전체에게 미치는 이상 발생하는 피해를 법률상의 이익으로 봐 무효 확인의 이익을 인정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단 이때 무효와 취소는 구분해야 한다. 입주민은 입대의가 체결한 계약의 무효는 주장할 수 있지만 계약의 취소는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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