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은 구분소유자와 점유자(주로 임차인)가 다른 경우가 많고, 관리단 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위임이 있는 경우 임차인은 당연히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단 개정 집합건물법 제24조 제4항 본문은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는 제3항 본문에 따른 관리단집회에 참석해 그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했으므로 임차인의 의결권 행사에 구분소유자의 명시적인 위임이 반드시 필요한지 문제가 된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8. 18. 선고 2015가합534871)이다.

이에 법원은 먼저 점유자의 의결권 행사 방식에 대해 집합건물법상 관리단 집회에서 점유자의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는 조항의 입법취지, 의결권 행사 방법을 규정하는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점유자가 집합건물법 제24조 제4항에 따라 관리단 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집회에 직접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뿐 아니라 집합건물법 제38조 제2항이 규정하는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대리인을 통한 방법으로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즉 관리단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다음으로 의결권 행사에 반드시 구분소유자들의 명시적인 위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위임이 없는 이상 직접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해 임차인의 의결권은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임차인 자신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원의 상세한 판단은 다음과 같다.
①2012. 12. 18. 집합건물법의 개정으로 관리단 집회에서 점유자의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는 조항(제16조 제2항, 제24조 제4항, 제26조의3 제2항)이 신설된 취지는 종전에는 집합건물의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이나 전세입자 등에게 집합건물 관리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집합건물의 관리가 부실해지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임차인 등 점유자도 공용부분의 관리, 관리인이나 관리위원회 위원 선임에 관한 관리단 집회에 참석해 구분소유자를 대신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집합건물에 실제 거주하거나 점포를 운영하는 임차인 등의 권익을 증진하고 집합건물의 관리를 더욱 건실하게 하기 위한 것인바,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춰 위 신설 조항에 의해 새로이 인정된 점유자의 의결권에 관해 그 행사 방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②점유자의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는 위 조항들은 모두 그 문언상 ‘관리단 집회에 참석해 그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그 입법과정에서의 논의를 보면 이는 점유자에게 관리단 집회의 의결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일 뿐, 점유자의 경우 직접 참석하는 경우에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그 의결권 행사 방법을 제한하고자 하는 의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③비록 점유자의 의결권이 고유의 의결권이 아니라 ‘그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히 구분소유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 등 점유자 본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그 의결권 행사 방법 등에 있어서 구분소유자와 점유자를 굳이 차별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
④관리단 집회에서의 의결권 행사 방법에 관한 일반 조항인 집합건물법 제38조 제2항은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대리인을 통한 방법으로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면서 그러한 의결권 행사의 주체를 구분소유자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이에 대해 원고들이 반박하는 사유, 즉 관리단집회에서의 점유자의 의결권은 원칙적·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개별 조항에 의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인 점, 점유자의 의결권은 고유의 의결권이 아니라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며, 구분소유자가 사전에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 보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구분소유자와 달리 점유자의 경우에는 당해 집합건물을 직접 점유하고 있어 관리단집회의 직접 참석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위 판단과 달리 보기 어렵다.

대상 판결에서 구분소유자들인 원고들은 ‘임차인들이 구분소유자 대신 이 사건 결의에 참가했고, 대부분의 의결권이 제3자인 임차인들에 의해 행사된 것이므로 해당 의결권은 관리단 집회의 의결정족수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개정 집합건물법의 취지를 지적하면서 해당 의결이 유효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2012. 12. 18. 개정 집합건물법 일정 조항(관리인 선임, 공용부분 관리와 관련 조항)에서는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가 아닌 그의 임차인인 점유자라도 구체적인 위임이 없는 이상 직접 집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로 인해 실제로 해당 건물에서 거주 혹은 영업을 하는 임차인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생각건대 구분소유자보다는 실제 점유자가 직접 생활 및 영업 등을 하면서 해당 집합건물의 관리 등에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임차인이 구분소유자의 명시적 위임 없어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개정 집합건물법과 이에 따른 판결은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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