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758조에서는 공작물 점유자 또는 소유자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는바, 점유자는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가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한 경우 면책된다.

문제는 소유자 역시 방호조치를 다한 경우 면책되는지 여부다.

이번 사안은 차량 화재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차량 소유자에 대해 공작물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다(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다1921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6328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6161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인은 이 사건 차량을 아파트 지하주차장 주차구획 안에 정상적으로 주차한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화재가 이 사건 차량 전면 내부의 전기적인 원인에 의해 발화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심한 연소로 인해 차량 하단 엔진룸 우측의 엔진 및 주변에 남아 있는 배선 등에서 단락흔 등 전기적인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아 구체적인 발화 장소와 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능하다고 감정한 점 ▲이 화재는 소외인이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한 후 3시간 30분 정도 지나서 발생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의 엔진 과열이나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이는 점 ▲소외인은 막걸리 판매업에 종사하면서 이 사건 차량을 주류 운반에 이용해 왔는데 소외인이 이 사건 차량에 인화물질을 넣어 뒀다거나, 이 차량의 문 또는 창문을 열어뒀다고 볼 자료는 없고 소외인이 차량에 적재해 둔 술병이나 상자 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 ▲이 차량이 정상적으로 운행되지 않았거나 제조사인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의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은 이력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했다.

재판부는 “소외인이 이 사건 차량에 술병과 이를 담는 상자 등을 적재하고 있었다거나 이 사건 화재가 차량의 내부에서 시작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외인이 이 차량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거나 보존함에 있어 이 차량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차량의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소외인에게는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정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758조는 소유자 및 점유자에 대해 공작물 책임을 부담시키는 규정에 해당하는 바 제1항에서는 점유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면서 점유자가 자신이 무과실임으로 입증한 경우에는 소유자가 무과실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금까지는 일도양단적으로 점유자가 과실이 없을 경우 곧바로 소유자 책임을 인정했는데 대상 판결은 달리 판단한 것이다.

대상 판결에서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소외인은 이사건 차량의 소유자에 해당하고 법조문상 무과실책임이라고 규정됐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 즉 방호 조치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면 소유자라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상식에 부합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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