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변호사의 아파트 법률 Q&A 53

[질문]

비오는 날 아파트 1층 복도에서 미끄러져 다친 입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답변]

아파트 단지 안에는 여러 시설이 존재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공용부분과 그에 수반된 시설물의 관리업무에 관한 궁극적인 주체이므로 만약 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 입주자 등이 피해를 입었다면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의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그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은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법원의 태도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61615 판결 참조).

사고가 발생한 지점인 아파트 1층 복도는 공작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설치·보존상에 하자가 있는지, 즉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고를 당한 입주민은 사고 당일 비가 내려 미끄러운 상황이었는데 미끄러짐 주의 표시나 미끄럼 방지 매트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경사가 있는 모든 장소에 미끄럼 주의 표시나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비가 올 때는 물기 제거작업을 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의무가 인정되려면 미끄럼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유사 사안에서 법원은 경사가 있는 모든 장소에 미끄럼 주의 표시나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사회통념상 사고지점이 미끄러질 위험성이 있는 장소라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만약 피해자가 사고 당시에 통상의 속도로 보행한 것이 아니라 뛰는 것처럼 급하게 이동했거나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문제 없이 사고지점을 정상적으로 보행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면 사고지점이 미끄러질 위험성이 있는 장소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사고를 당한 입주민은 해당 사고지점에서 미끄럼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고 입증하지 못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