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학 변호사의 집합건물 법률 Q&A 55

[질문]

실효된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부착한 채로 아파트 단지 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아닌 일반주차구역에 주차한 경우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하는지.

[답변]

우리나라 아파트의 세대당 주차 가능 대수는 평균 1.1대 수준이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상황은 더 열악한데, 연식이 30년을 초과한 아파트의 경우 세대당 주차 가능 대수가 0.68대에 불과할 정도다.

이처럼 주차 가능 대수가 부족한 아파트의 경우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하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하는 일부 입주민들로 인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장애인주차구역에 무단으로 주차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며, 장애인주차구역을 가로막는 이중 주차의 경우 주차방해에 해당해 최대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나아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는데, 권한 없이 타인의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이하 ‘장애인주차표지’)를 사용하거나 실효된 주차표지를 사용할 경우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효된 장애인주차표지를 부착한 채로 아파트 내 ‘장애인주차구역’이 아닌 ‘일반 주차구역’에 주차한 경우 공문서부정행사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을까. 최근 이와 관련해 무죄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실효된 장애인주차표지를 부착하고 다녔더라도 일반 주차구역에 주차한 이상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법 제230조의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권한 없는 자가 공문서를 본래 용도에 맞게 사용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이 사건 원심법원은 유죄판결을 했는데 대법원과 판단이 엇갈린 부분은 일반 주차구역에 주차한 경우에도 장애인주차표지를 ‘공문서의 본래 용도’에 맞게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원심법원은 장애인주차표지의 본래의 용도를 넓게 해석했다. 즉 장애인주차표지를 통해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금, 주차 요금, 통행료 감면 등 다양한 장애인 지원 혜택을 부여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봤다. 따라서 일반 주차구역에서 이를 사용한 경우라도 본래 용도에 맞는 사용으로 본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추상적 위험범의 경우 지나치게 가벌성의 범위를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견지에서 공문서 본래의 용도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 규정에 따라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가 있는’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는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이용하는 자동차에 대한 지원의 편의를 위해 발급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장애인주차표지를 자동차에 비치했더라도 일반주차구역에 주차한 경우라면 장애인 사용 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이 아니므로 이를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이 경우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이 없다고 봐 공문서부정행사죄 성립을 부정한 것이다.

위 대법원판결로 인해 실효된 장애인주차표지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위 판결은 어디까지나 일반 주차구역에 주차한 경우에 한해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실효됐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장애인주차표지를 비치해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할 경우 여전히 공문서부정행사죄에 대한 유죄판결이 내려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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