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법 제3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4조와 제15조는 관리단 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규정하고 있으나 의결 권한 수여에 대한 철회방법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미 위임인에게 위임장을 제출한 수임인이 다시 자신이 작성한 서면결의서를 제출해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서면결의서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위임장에 대한 위임철회로 봐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실제 관리단 집회가 개최될 경우 참석하는 인원은 극히 미미하고 대부분 위임장이나 서면결의서를 통해 그 정족수를 보충하게 되므로, 이에 추후 자신이 직접 작성했던 위임장이나 서면결의서를 철회할 수 있으며, 이는 관리단 집회 결의 전까지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구분소유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특히 해당 의결권의 내용이 상반되는 경우에 어느 의결권 행사를 유효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더욱 중요한바, 이에 대해 판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원고 조합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건립된 잠실시영아파트 163동 6000세대(이하 이 사건 아파트)와 상가 208세대의 구분소유자 중 6207명이 기존의 아파트 및 상가를 철거하고 그 대지 위에 아파트 및 상가를 재건축할 목적으로 설립한 재건축조합이다.

2) 피고는 1992년 10월 27일경 이 사건 재건축에 동의한 바 있는 이 사건 아파트 중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부동산의 소유자인 소외 28이 2002년 4월 21일경 사망함에 따라 망인의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포괄승계 한 자다.

3) 원고 조합은 2005년 3월 5일 총회를 개최해 관리처분계획(안) 인준의 건에 관해 조합원 5415명(직접 참석자 1216명, 서면결의자 4199명) 중 4539명(직접 참석자 531명, 서면결의자 4008명)의 찬성으로 의결했으며(이하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결의’), 한편 피고가 속한 6동의 경우 조합원 30명 중 19명이 찬성했다.

4) 총회 이후 2005년 7월 22일까지 사이에 원고 조합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결의 당시 서면으로 결의에 참석한 자를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 중 1033명으로부터 다시 위 관리처분(안)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서면결의서(이하 이 사건 추가 서면결의서)를 징구했으며, 피고가 속한 6동의 경우 기존 서면 결의자를 제외한 7명의 조합원이 추가로 찬성의 의사를 표시했다.

5) 피고는 2005년 3월 5일자 총회에서 이뤄진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결의는 재건축 결의 시의 특별다수의 정족수 요건을 준용해 조합원 수의 5분의 4 이상, 동별 3분의 2 이상의 동의에 의한 결의가 필요함에도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결의는 위 특별정족수를 총족하지 못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6) 이에 대해 원고 조합은, 조합의 정관에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고, 총회의 결의방법에 대해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른 정족수 요건을 충족한 것만으로도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결의는 유효하다 할 것이고, 가사 특별정족수를 요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2005년 3월 5일자 총회에서의 동의율과 이 사건 추가 서면결의서의 동의율을 합하면 특별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결의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원고 조합의 조합원인 피고는 정관에 따라 원고에게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부동산에 관해 신탁등기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본소로써 피고에 대해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의 이행을 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서면결의 방법에 의한 재건축결의에 있어서 재건축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전까지는 재건축결의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고, 그 철회의 의사표시는 재건축결의에 대한 동의의 의사표시와 마찬가지로 조합규약이나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는 이상 반드시 일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철회의 의사를 분명히 추단할 수 있는 행위나 외관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 2002. 3. 11.자 2002그12 결정 참조)”고 판단했다. 그리고 위 법리에 의해 해당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조합원으로부터 원고 조합에 제출된 ‘서면결의서’ 또는 ‘사실확인서 및 서면결의서’가 원고 조합의 강요에 의해 작성한 것으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원고 조합에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돼 그 사실확인서가 그 무렵 원고 조합에 송달됐다는 사실을 종합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안에 서면 동의한 조합원의 수에서 위와 같이 동의를 철회한 조합원의 수를 공제한 나머지 조합원의 수는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결의에 요구되는 전체 구분소유자의 5분의 4이상이라는 재건축결의의 정족수를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83533 판결). 이 같은 법원의 판시는 비록 구분소유자들이 이미 그 집회와 관련한 위임장을 위임인에게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관리단 집회에 참석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등의 의결권 행사를 직접 했다면 이를 더욱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런 판례의 태도를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키워드 : 위임의사의 철회, 서면결의서, 의결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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