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구의 소방클리닉

이택구 소방기술사
이택구 소방기술사

지난 기고에서 언급했듯 최근 정부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통해 지하주차장 내 스프링클러를 기존 준비작동식이 아닌 습식 시스템으로 설치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축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수의계약을 허용해 조속한 소방시설 공사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신축 및 기존 현장 모두 습식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습식 전환은 준비작동식 밸브를 제거하고 배관에 물을 채우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유지관리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배관에 물이 상시 존재하는 만큼 겨울철 동파에 대한 대비가 필수다. 현행 기준상 배관 동파 방지는 발열선 시스템 또는 부동액 시스템만 허용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발열선 시스템에는 짚어야 할 문제점이 있다.

2011년 이후 정부가 제정한 표준공사시방서와 기계설비기준에는 UL 또는 FM 인증을 받은 발열선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는 발열선 화재 사고에 따른 안전 대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겨울철이면 스프링클러 배관의 동파나 화재 시 방수 지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아닌 전선 한 가닥만 설치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정한 ‘발열선 시스템’은 히팅케이블뿐만 아니라 제어기, 온도센서, 감시장치, 전원부, 절연재, 종단키트가 포함된 통합 구조다. UL 또는 FM 인증도 이 전체 구성에 대해 평가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인증 케이블’만을 내세우며 나머지 구성은 생략하거나 비인증 부품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많다. 준공서류에도 ‘인증제품 사용’이라는 문구만 남기기 때문에 감리자나 입주민이 실제 시스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눈속임 시공은 실제 화재나 한파 상황에서 설비 작동 불능으로 이어지며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따라서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는 다음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단순 인증 케이블이 아닌 UL 또는 FM ‘시스템 인증’ 제품인지.

둘째, 제어기·센서·감시장치 등이 실제로 설치됐는지.

셋째, 준공서류에 모델명·인증번호·구성품 목록이 명확히 기재됐는지.

발열선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화재나 동파 피해를 예방하는 핵심 설비다. “설치했으니 괜찮다”는 안이한 판단은 누수, 방수 지연, 보험 미적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이는 게 아닌 제대로 작동하는 설비인지가 중요하다.

시스템이 아닌 단선만 설치된 현장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시공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실제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안전 확보의 출발점이다. 이를 인지하고 다가올 지하주차장 습식전환 법개정 시 형식적인 설비가 아닌 실효성을 갖춘 동파 방지 설비를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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