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한국집합건물진흥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두             한국집합건물진흥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동주택 관리 업무에서 일반관리업무는 주로 관리사무소에서 처리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런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공동주택 관리에는 상당한 법적·기술적 지식과 인력,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 다만 아무에게나 위탁할 수 없고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주택관리업자로 등록한 관리회사에게만 위탁이 가능하다.

관리회사는 공동주택의 모든 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할 필요는 없으며 업무 중 일부를 재위탁할 수 있다. 다만 관리회사가 업무를 재위탁할 경우 원칙적으로 입찰방식으로 재위탁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용역계약이나 공동주택의 위탁관리계약 구조가 다를 것이 없다. 문제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서 발생한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회사가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상으로 관리회사는 관리업무를 스스로 수행할 수도 있고, 일부 업무를 재위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은 관리회사가 청소, 경비, 소독, 승강기유지, 수선·유지, 지능형 홈네트워크에 관한 업무를 재위탁하는 경우 관리회사가 계약의 당사자가 돼 재위탁업체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는 관리회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의무적으로 재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시행령은 청소나 경비 등의 업무를 사실상 의무적으로 재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재위탁을 강제하고 있지 않았지만 관리회사가 청소나 경비를 위한 재위탁업체를 선정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재위탁업체 선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탁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회사가 회사 규모나 기술력에 따라 주택관리를 위한 모든 업무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다면 업무의 일부를 재위탁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일반적인 용역계약에서는 업체가 업무의 일부를 재위탁할 때 발주자의 승인을 얻도록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 원칙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한 용역사업자가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관리회사가 주택관리를 위한 상당부분의 업무를 재위탁하도록 시행령에서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재위탁을 둘러싼 계약관계는 더욱 문제가 있다. 관리회사가 청소·경비 등의 업무를 재위탁하는 경우 관리회사와 청소·경비회사가 재위탁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관리회사가 재위탁계약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계약 내용을 정하고 업체를 선정하는 업무는 사실상 입대의가 주도하게 된다. 관리회사는 자신이 계약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계약이 체결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입대의가 관리업무를 포괄적으로 관리회사에 위탁한 후 다시 상당부분의 업무를 입대의의 주도하에 재위탁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욱 기괴한 것은 입대의가 주도해 재위탁을 하는 경우 관리회사는 스스로 재위탁을 위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법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용역업체가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용역업무의 일부를 재위탁하면서 다시 자신이 그 업무를 재위탁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건설회사가 건물의 건설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후 일부 공정을 하도급하면서 자신이 하도급을 맡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자기 자신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관리회사가 재위탁을 하고 다시 자신이 재위탁을 받는다면 처음부터 재위탁을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또 관리회사가 재위탁계약을 체결하지만 통상적으로 입대의가 직접 재위탁업체에 용역대금을 지급한다. 재위탁업체도 입대의가 주도해 선정하고 용역대금도 입대의가 지급한다면 결국 관리회사가 체결하는 청소·경비계약과 같은 재위탁계약은 껍데기에 불과한 계약이다. 공동주택관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리서비스의 통합과 이를 통한 인력의 효율적 활용 등 기술발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법은 이러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주택관리 산업의 미래를 말하기 전 최소한의 법리에 맞도록 공동주택관리 법령부터 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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