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서울 노원프레미어스엠코아파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7일 “지구 온난화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 열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세계 곳곳이 이상고온으로 들끓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도시들의 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연방정부 차원에서 폭염 경보 조치를 발령했다. 유럽 남부와 아프리카 북부 등 지중해 지역은 열파(熱波·장기간 폭염)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급격한 날씨 변덕에 농사도 쉽지 않아졌다. 특히 불규칙한 강우에 취약한 신선 채소 농사는 더 어려워졌다. 먹거리 공급 물량도 불안정해졌지만 품질 역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 예전과 같은 노지 농업에만 의존해서는 높아져 가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졌다. 변동성이 높은 기후 상황에 상관없이 적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일정한 규모 이상의 생산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영농법을 사용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7월 17일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해온 인도적 협정이 1년 만에 중단됨에 따라 식량 가격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프리카, 중동 및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의 식량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협정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식량 위기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 협정이 체결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세계 밀과 옥수수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56.5%, 15.7% 상승한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외부의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가 45개국에 달한다면서, 식량 가격 급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의 기아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970년 79.5%이던 한국의 식량자급률(칼로리 기준)은 지난해 32%로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곡물 자급률도 2021년 기준 20.9%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경지면적도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전국 경지 면적은 152만8000㏊로 2012년 이후 10년 연속 감소세다.

우리나라는 연간 1700만t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종종 쌀이 남아돌아 걱정 없다는 얘기도 나오나, 이는 국민의 변화한 식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오해다.

쌀밥 식사의 비중은 급속히 감소했고 밀·옥수수·콩으로 만든 가공식품을 즐기는 게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또한 육류 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 1인의 하루 공급 열량에서 주식인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49.2%에서 2021년 20.1%로 낮아졌다. 이에 2021년 기준 자급률이 84.6%인 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빵·파스타 등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밀의 식량 자급률은 1.1%, 다양한 식품과 식용유 원료로 쓰는 옥수수는 4.2%, 식물성 단백질의 대명사인 콩은 23.7%에 그친다. ‘식량안보’라고 부르는 것처럼 식량문제는 국방 분야와 같다. 농업을 생명 산업이라고 하고 농촌은 우리의 생명 창고인 것이다. 추석이 다가온다. 결실과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맞으며 전 국민이 농업의 소중함과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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