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서울 노원프레미어스엠코아파트)

경청하라. 그대의 가슴 속에 내 말을 깊이 새겨라/편견에 대해 눈과 귀를 닫아라/다른 사람들의 선례를 경계하라/그대 스스로 생각하라/상의하고 심사숙고하라. 그리고 자유로이 선택하라/바보들은 아무 목적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행동하도록 놔두고, 그대는 현재 안에서 미래를 숙고해야 한다/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체하지 말라/그대 자신을 가르쳐라/시간과 인내가 모든 것을 보살펴 준다. (피타고라스의 황금시편에서)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가 주도한 교육법의 핵심 원칙은 “그 어떤 질문도 하지 말고 듣기만 하라”였다. 피타고라스는 경청을 진리 획득의 조건으로 봤기 때문에 제자들은 5년간 수업 중에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경청의 기술만을 발달시키는 규칙을 지켜야 했다고 한다. 제대로 경청한다는 건 그 말을 들을 뿐 아니라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또 이해하고 있다는 걸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여기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술적인 요령이 있다.

먼저, 상대방의 말에 완전히 집중하는 자세를 잡아야 한다. 말하는 사람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눈빛을 교환하면서 집중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오해를 바로잡거나, 질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밀려온다 해도 일단은 억누른다. 인내심이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하면 된다.

경청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첫째는 자신을 비우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인식틀, 즉 자기 눈에 가장 잘 맞는 도수의 안경을 끼고 있는 셈인데 이는 마치 지문처럼 누구도 동일하지 않다. 같은 상황, 사건, 사물을 볼 때 그 누구도 동일하게 이해하지 않는다.

세상에 지문이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듯, 삶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누구나 조금씩 모두 다르다. 잘 들을 수 있는 비결은 내 인식의 틀과 무의식중의 편견을 내려놓고 상대 입장으로 슬며시 자리바꿈하는 것이다. 그 출발은 침묵 가운데 내 생각을 멈추는 일이다.

둘째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듣기란 결국 상대를 ‘내가 먼저’ 이해해 주려는 실천이다.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보자.

한자로 ‘들을 청(聽)’자를 새겨보면 흥미롭다. 귀(耳) 아래에 임금 왕(王)이 자리하고, 열 십(十)자 아래에 눈 목(目)자가 뉘어져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한일(一)자와 마음 심(心)으로 돼 있다. 잘 듣는다는 것은 서로 마음이 하나로 통하는 것 (一心)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첫째, 완벽한 귀를 가질 것 둘째, 열 개의 눈을 가질 것으로 풀이한다. 완벽한 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열 개의 눈으로 듣는 것은 내 생각과 말을 멈추고 침묵 가운데 오롯이 상대에게 집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여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아파트에서의 생활은 무엇보다도 소통이 중요하다. 입주민 한 사람이 관리사무소나 지원센터에 와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비단 한 사람의 의견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더 깊이 더 넓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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