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서울 노원프레미어스엠코아파트)

옛날 어느 시골 장터에 김씨 성을 가진 백정이 고기를 팔고 있었다. 하루는 두 젊은 선비가 고기를 사러 왔다. 첫 번째 선비가 “어이, 백정 쇠고기 한 근만 팔거라”하며 한 근을 샀고 또 다른 한 선비는 상대가 비록 천한 백정이나 “김서방, 나도 쇠고기 한 근만 주게나”며 예의를 갖췄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똑같은 한 근인데 누가 봐도 두 번째 선비에게 준 고기가 곱절이나 될 만큼 분량이 많았다. 그것을 본 첫 번째 선비가 대뜸 큰소리로 “야! 이 백정 놈아, 왜 사람을 차별하느냐?”며 따지자 푸줏간 주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손님을 보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판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선비님에게 고기를 판 사람은 백정이었고, 저 선비님에게 고기를 판 사람은 김서방이었으니 고기 분량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살아가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느 시골 마을에 작은 성당이 있었다. 하루는 그 성당에서 잡일을 하는 아이가 큰 실수를 해 주일 미사에서 쓰일 포도주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것을 본 신부는 다짜고짜 아이의 뺨을 거칠게 후려갈기며 “멍청한 녀석, 어서 썩 물러가라! 다시는 성당에 나오지 마!”라며 모진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이 소년이 훗날 장성해 공산주의자가 돼 유고슬라비아에서 기독교를 탄압하니, 그가 바로 티토 대통령이었다.

또 다른 성당에서 잡일을 하는 소년이 똑같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 성당의 신부는 화를 내기는 커녕 울상인 소년의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며 “너는 커서 훌륭한 신부가 되겠구나” 라며 위로했다. 훗날 이 소년은 자라 자신을 용서한 신부님의 바람대로 훌륭한 성직자가 됐다고 한다. 이렇게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2014년 10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53세의 남성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원인은 70대의 입주민 할머니가 ‘분리수거를 못한다’고 아파트 경비원을 질타하고 삿대질을 하거나 5층에서 ‘이거 먹어’라며 음식물을 던져주는 등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고 동료 경비원들은 주장했다. 해당 입주민의 입장은 오랜 기간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고 떡을 던진 건 몸이 불편해 직접 1층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음식을 챙겨주려던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입주민 할머니가 경비원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까?

감정노동이란 자기의 감정 상태와 상관없이 미소짓고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등의 긍정적이고 보편화된 감정 상태를 지속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노동의 한 유형이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언이나 폭행들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10원 18일에 제정된 법이다. 대부분이 고령이고 보통 24시간 교대근무라는 장시간 노동에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아파트 경비원도 ‘감정노동자’로 볼 수 있다. 아파트 경비원·미화원과 나누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은 나의 품격을 높이고 경비원·미화원을 즐겁게 하고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