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서울 노원프레미어스엠코아파트)

며칠 전 부산의 모 아파트에서 한 입주자가 경차 자리 2자리에 주차를 해 경비원이 경고 스티커를 붙이자 불만을 품은 입주자가 차량으로 아파트 출입구를 막아버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주차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는데 주차장 앞을 막은 운전자를 처벌하는 건 현행법상 아파트 주차장이 사유지로 분류되다 보니 사실상 어렵다. 아파트 내에서 불법주차를 해도 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 통계에 의하면 국민 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보니 현실적으로 주차난을 피할 수는 없다. 일부 노후 아파트는 이중 주차는 기본이고 삼중 주차도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 생활에 있어 주차 문제 만큼 어려운 것이 층간 소음 관련 민원이다. 지난 1월 29일 모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A씨가 위층에 사는 B씨를 흉기로 찌르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약 3개월 전부터 이웃으로 지내왔는데 A씨는 평소 B씨가 현관문을 세게 닫아 시끄럽게 한다며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아파트마다 아파트 관리규약이 있고 주차장 관리규정이 있고, 또 층간소음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파트 생활은 법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어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배려’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법과 도덕이 있다. 도덕은 각자가 선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윤리적, 자율적 규범이다. 도덕은 개인의 양심 차원에서 발현되는 것인 반면에 법은 국가 권력이 타율적으로, 강제적으로 만들고 적용하는 규범이다. 쉽게 설명하면 도덕은 그 범위가 크고 법은 도덕 중에서 일부를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서 배려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아파트 경내에서 차량이동은 반드시 서행해야 한다. 경적도 꼭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울리면 안 된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할 때에 기둥이 있다면 가급적이면 내 차를 기둥 쪽으로 붙여서 옆에 주차하는 차를 배려해야 한다. 일반인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당연히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지만, 가족배려(여성) 주차구역은 임산부나 노약자들이 주차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경차 주차구역에 덩치가 큰 차를 주차해서 입주민간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경차 주차구역에 큰 차를 주차한 사람이 ‘법대로 하자’고 큰소리 치면 할 말은 없지만 이런 경우에도 ‘배려’를 말하고 싶다. 엘리베이터를 타고나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한다거나, 떠들어도 안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강아지는 안아야 하고, 엘리베이터를 오랫동안 붙잡아 둬도 안 된다. 자전거나 가재도구를 아파트의 공용구역에 내놓아도 안 된다.

층간소음 문제는 아파트 생활에 구조적으로 가장 큰 민원 대상이 되지만 서로의 배려가 가장 요구되는 부분이다. 경험에 의하면 위아래 집이 서로 대면해 소통를 하면 층간소음의 많은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위아래 집 사이에서 서로 만나지 않았는데 윗집 아이가 쿵쿵거리면 소음으로 들리지만 얼굴을 아는 사이라면 작은 소리는 아랫집에서 이해하고 넘어갈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몇 가지는 법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서로서로의 배려가 있어야만 해결이 되는 것들이다.

아파트 생활에 ‘배려’는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서로서로 조금씩 배려하면서 더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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