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선거’는 익숙한 개념이다. 시민 의식이 성숙함에 따라 선거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선거에는 선거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선거기간 이전에 선거운동을 하는 이른바 ‘사전선거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공직선거법 제254조 제2항에 의하면 선거운동 기간 전에 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 동별 대표자 선거에서는 어떨까? 동별 대표자의 사전선거운동을 원인으로 동대표 후보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을까?

이번 대상판결은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규정되지 않은 사유, 즉 사전선거운동과 후보자 등록서류 미비를 이유로 곧바로 동대표 후보자의 자격을 박탈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은 해당 입후보자의 피선거권을 해한다고 판단해 위 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한 판결을 소개한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3가합20919)

▲사실관계
1) 원고 A는 C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 203동의 입주자, 원고 B는 이 사건 아파트 202동의 입주자이고 피고는 주택법 및 그 시행령에 근거한 입주자대표회의로서 공동주택관리규약 상의 선거구에 따라 선출된 위 아파트 동별 대표자를 그 구성원으로 하는 비법인사단이다.

2) 원고들은 2013. 2. 19.경 이 사건 아파트 제11기 입주자대표회의 동별 대표자 선거(선거일 : 2013. 4. 11., 선거활동기간 2013. 4. 5.부터 2013. 4. 11.까지)에 입후보했다.

3) 그런데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13. 4. 4.경 회의를 개최해 원고들 및 207동 동별 대표자 선거에 입후보한 H, 210동 동별 대표자 선거에 입후보한 I가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등록을 무효화하고 201동 동별 대표자 선거에 입후보한 J에 대해서는 학력 미기재를 이유로 등록을 무효화하기로 각 결의했다.

4)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13. 4. 5.경 동대표 후보자가 등록됐음을 공고했고, 2013. 4. 11.경 이 사건 선거를 진행해 2013. 4. 12.경 선거 개표결과를 공고했다.

▲재판부의 판단
위 사실관계에 관해 해당 법원은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4항(現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제4항)에 규정되지 않은 사유, 즉 사전선거운동을 이유로 곧바로 동대표 후보자 등록을 무효화한 결정은 무효라고 확인했다. 관련 법령과 규약에서 규정되지 않았음에도 해당 아파트가 임의로 규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소결
최근 법원 판결의 추세는 아파트 내부의 문제에 관해서는 가급적 아파트 자율권에 맡기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제에 해당하는 동대표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관해서는 상당히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파트 자율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인 입주민 대표선출에 관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보장돼야 하고 이와 같은 권리가 철저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파트 자율권은 오히려 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해 해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즉 대상판결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파트 선거에도 이러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적용하려는 법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아파트 입주민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제한은 엄격하게 판단하므로 관련 법령에서 명시하지 않은 제한 사유는 규약에서라도 규정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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