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에 관해 원고는 소송을 제기하는 자로서 특정한 법률관계를 확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피고는 소송을 당한 자로서 항변으로 소 각하 내지 청구 기각 판결을 요구한다(다수설인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면). 요건 사실이 인정되면 그에 따른 법률효과가 발생하므로 원고 피고는 각 주장하는 법률효과의 요건 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 원칙적으로 원고는 주장하는 사실에 관해 입증 책임을 부담하며 만약 원고가 입증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재판부는 피고의 항변 여부와 무관하게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대로 원고가 입증 책임을 다했음에도 피고가 항변 사실, 반대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할 것이다. 즉 입증책임은 소송의 승패와 직결된다.

지금 소개하는 판례는 동별 대표자 지위존재 확인의 소에 관해 일반적으로 입증 책임을 부담하는 원고가 아닌 피고가 주장 및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4가합103384 판결).

▲사실관계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인 동별 대표자였던 원고(이하 원고)가 입주자대표회의(이하 피고)를 상대로 원고에 대한 해임절차가 무효임을 전제로 원고가 동별 대표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해줄 것을 청구한 사건이다. 원고는 동별 대표자 해임 사유를 정하는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관계 법령 위반,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및 선거관리위원회 규정 위반, 관리비 등 목적 외 사용 또는 횡령 등)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에 따라 해임됐다.

▲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법원은 정당한 해임 사유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함에 앞서 입증책임의 소재를 명시했다. 원고가 주장하는 법률효과의 요건 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을 고려하면 일견 원고가 정당한 해임 사유가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을 실질적으로 소극적 확인의 소(어떠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소송)에 해당한다고 봤다.

따라서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해 권리 발생 원인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피고가 권리관계의 요건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으므로(대법원 1998. 3. 13. 97다45259 판결 등 참조)이 사건에서도 원고에 대한 해임이 유효함을 주장하는 피고가 정당한 해임 사유가 존재함을 주장·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입증 책임을 부담하는 피고로서 정당한 해임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만약 법원이 원고가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면 재판의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소결
위 판례는 동별 대표자 지위 존재 확인의 소에 관해 원고가 아닌 피고가 주장·입증 책임을 부담한다고 봤으며 피고가 입증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따라서 입주자대표회의는 동별 대표자 해임절차와 관련해 정당한 해임 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 적법한 해임절차를 진행했다는 사실 등에 관한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나아가 입주자대표회의는 동별 대표자 해임에 관한 자료는 반드시 보관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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