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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은 아시아도시숲네트워크(Asi an Urban Forests Network) 모임을 6월 28일 가졌다. 그리고 서울의 도시숲 중 가장 한국적인 숲으로 창경궁숲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창경궁숲의 춘당지와 백악산과 연결된 숲을 보면서 자연을 가까이한 한국인의 정신을 읽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숲은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자연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궁궐의 나무와 숲은 궁궐을 도드라지게 하는 자연 배경이다. 궁궐숲에는 큰 나무들이 많다. 느티나무, 소나무, 뽕나무, 회화나무, 버드나무, 앵두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갖가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큰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원앙, 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는 궁궐숲의 소리를 그윽하게 한다. 기후위기와 도시화는 집중 호우를 가져와서 도시 하천의 수위를 높이지만 궁궐의 맨땅은 콘크리트 보다 물을 잘 스며들게 한다.

궁궐을 거닐면 우리는 사각사각하는 소리와 함께 맨땅을 만난다. 궁궐의 힘은 맨땅과 숲에 있다. 집중 호우가 오더라도 맨땅과 숲으로 스민 빗물은 땅과 숲속에서 머물다가 천천히 흐른다. 미국에서 가슴둘레길이 60㎝인 팽나무 한그루는 일 년 동안 약 1만1500L의 물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숲 토양의 투수 기능은 도시 토양보다 25배 이상이고 투수 블록보다 1.2배 이상 높다. 숲 토양의 빗물 흡수는 도시의 돌발 홍수, 극한기후 현상에 맞서 빗물 관리의 최적 대안이다. 숲 토양의 투수능은 시간당 평균 417㎜고 도심 토양은 16.43㎜, 투수블록은 360㎜다. 시간당 강우량이 많을수록 숲은 더 많은 양의 물을 머금는다. 하천에 도달하는 강수량을 줄이는 데는 맨땅에 스민 빗물뿐만 아니라 나무와 숲에서 체류 시간을 늘리게 하는 수관층과 토양의 힘이 관여한다.

창경궁 궁궐숲 모습
창경궁 궁궐숲 모습

궁궐숲은 홍수를 저감할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 및 이산화탄소를 저감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폭염 및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도심 궁궐숲의 환경가치를 평가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을 찾고자 올해 4월 7일 창경궁 경춘전에서 창경궁숲의 가치를 발표했다.

창경궁 궁궐숲 모습
창경궁 궁궐숲 모습

저자는 그 발표에서 “창경궁숲 10ha 지역을 대상으로 환경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분석해 연간 2억4800만원 이상(ha 당 2480만원)의 환경가치를 보유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 가치는 ha당 약 4100만원으로 평가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창경궁숲의 가치는 크다. 도시숲 가치 평가 프로그램(i-Tree, Inventory of Tree resources economically and ecologically, 도시숲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도구)으로 분석한 결과 창경궁숲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ha당 약 5.7t, 대기오염물질 흡수량은 163.4kg으로 나타나서 비록 도심에 위치한 숲이지만 울창한 숲과 버금가는 환경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강원지방 소나무 숲은 ha당 7.5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40년생 소나무와 신갈나무를 기준으로 ha당 168kg의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는 것은 고려한다면 궁궐숲의 가치는 크다.

또한 이 가치 평가는 대기오염물질 저감, 탄소 저장 및 흡수, 홍수방지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 경제적 수치지만 도시숲은 기온 조절 효과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심미적, 생물다양성 보유 기능)이 있으므로 다기능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관리가 있어야 한다. 숲 속에서 열스트레스 지수는 도심보다 16.5% 낮다는 결과도 국립산림과학원은 발표했다. 무엇보다도 궁궐숲은 도시에서 산줄기 연결성을 갖추고 있어서 우리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창경궁과 종묘를 포함한 궁궐숲은 백악산의 산줄기가 응봉, 창경궁, 종묘로 완만하게 이어져 도심으로 찬바람을 공급하는 생성원이며 이산화탄소 흡수원이다. 탄소 제로 도시를 꿈꾼다면 이 산줄기와 궁궐숲의 보전은 중요하다. 궁궐숲의 큰 나무는 최근 도시의 돌발 기상에 따른 재해 리스크가 있으므로 계획적, 세심한, 적극적 사전 예방 관리도 필요하다. 우리는 궁궐숲에서 나무와 숲 그리고 맨땅을 관리해 온 오랜 역사와 문화를 보전해야 한다. 더운 여름이지만 한국 도시숲의 특성, 궁궐숲을 거닐어 보자.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느끼며 맑은 정신을 가다듬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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