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우리는 등굣길과 출퇴근길에 녹색 자연인 가로수를 만난다. 오늘 하루를 걸으면서 내 머리 위에 녹색 지붕, 가로수 그늘은 얼마나 있었을까? 특히 폭염이 한창인 최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는 나뭇잎도 풀이 죽은 채 잎을 수그린다. 도시 열섬 효과와 함께 열돔(Urban Heat Dome) 효과까지 더해져 열파가 밀려오는 섬 안에 우린 갇혔다. 특히 전체 인구의 92%가 국토 면적의 17%인 도시에 모여 살고 있어 국민 대부분이 뜨거운 도가니 안에 갇힌 듯 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전 국토 면적의 63% 정도는 숲이어서 멀리 보이는 녹색은 많지만, 땡볕에 내 머리 위를 식혀주는 숲지붕은 많지 않다. 도시의 숲지붕층(UTC Urban Tree Canopy)은 폭염 시기에 더 간절하다. 보통 15m 높이를 가진 가로수일지라도 숲지붕층 높이는 5~10m 정도다.

양버즘나무 숲길(청주시)
양버즘나무 숲길(청주시)

이 가로수에게도 마음대로 숨쉬고 살아야 할 권리는 있다. 사람과 동물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의 권리도 중요하다. 폭염과 미세먼지를 막아주며, 우리의 생존을 지켜주는 나무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가로수는 관목숲을 나무 그늘 아래 품기도 하고 나무와 나무의 지붕층으로 연결된 띠녹지는 폭염에 그늘과 산소를 건네준다.

도시의 열기를 식혀주는 것은 가로수와 도시숲이다. 도시숲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뜨거운 열기를 도심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도시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 완화할 수 있어 사막 안의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신호등 옆에 기댄 우산 그늘에서도 시원하다. 다만 우산 그늘은 그늘 효과만 있다면 나무는 증산 작용도 있다. 증산 작용은 식물이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려서 잎에서 수증기로 만드는 과정이다. 물을 수증기로 만들면서 에너지를 빼앗아 주위를 시원하게 한다. 더운 여름 물 한 바가지를 바닥에 뿌릴 때 시원함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양버즘나무 숲길 그늘(국립산림과학원 앞)
양버즘나무 숲길 그늘(국립산림과학원 앞)

가로수는 차량의 분진과 미세먼지를 제거하기도 한다. 가로수를 두 줄 이상의 띠녹지로 관리하면 30% 정도의 비산먼지도 줄일 수 있다. 또 시선을 유지시켜줘 도로 교통을 안전하게 해주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야생동물의 통로 및 서식지가 된다. 도시숲 그린 인프라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 세기도 줄일 수 있다. 20m 높이의 나무를 두 줄로 심고 이를 좌우 산줄기에 연결하면 풍속을 약 45% 줄일 수 있다. 한 줄만 심은 가로수로는 풍속을 줄이는 효과가 거의 효과가 없지만, 보행로의 온도는 크게 줄일 수 있다. 가로수가 없는 보행로와 한 줄 가로수가 있는 보행로는 평균 2.7℃의 온도 차이가 있다.

회색빛 도심 속에서 도시숲은 신선한 산소를 제공하는 건강한 허파 역할을 하고 나아가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를 포집하는 탄소저장고의 역할도 한다. 생활권 내에서 도시숲은 휴식, 치유 및 교육 공간뿐만 아니라 생물 서식지로도 중요하다.

도시숲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 도시에서 도시숲의 그린인프라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자연이자 생활의 활력소다.

그러나 이제는 가로수가 여가 활동 공간과 치유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특히 미세먼지와 폭염을 저감하는 생활공간으로 가로수는 우리 몸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다.

도로 중심 용어인 가로수 대신 생명을 살리는 기능에 맞게 ‘줄나무’, ‘띠녹지’, ‘수림대’ 용어를 같이 사용해보자. ‘청량 띠녹지숲’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네이밍으로 시민에게 더욱 다가가 보자. 또 생육 기반인 토양 조건을 개선하고 한 줄보다는 두 줄, 단층보다는 복층으로 두껍고 길게 심고 가꿔서 도시 그린 인프라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