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주변에 지인이 세상을 떠나면 슬프다. 인류는 지구 곳곳에서 죽음에 대해 나름의 장례문화를 형성했다. 필자가 우리나라 산촌의 산림전통지식을 연구하고자 산촌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마다 ‘상여집’이 있는지 물어보면 “5년 또는 10년까지는 있었지”라고 답했다. 상여는 마을에서 장례를 치를 때 같이 사용하고 보관했고 물레방앗간에 두기도 했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 충남 아산 외암마을에서도 상여집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물은 동료의 죽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필자는 집비둘기 두 마리가 길을 건너다가 한 마리가 차에 치이자 다른 한 마리가 와서는 양발로 뛰는 모습, 솔부엉이 새끼가 사라진 것을 보고 어미가 바닥을 양발로 치면서 뛰는 모습을 관찰카메라에 기록한 적이 있다. 또한 붉은배새매가 어린 새끼가 죽자 고사리를 가지고 와서 덮고는 잠시 쉬는 모습에서 눈물을 감지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애도를 보이는 행동(mourning behavior)을 읽었다.

고래는 새끼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몸 위에 새끼를 두고 수면 위로 움직인다. 다른 동료들도 같이 따른다. 우리는 세상을 기리는 일이 많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동물의 애도 행동과 조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사람들은 새는 지상과 천상을 연결한다고 생각한다. 티벳 지역의 조장(鳥葬)은 새들이 하늘을 날고 하늘에 영혼을 전달할 것이라는 생각과 생태적 윤회 등이 담긴 문화다. “왜 한국인은 새 깃털을 가지고 있는 모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주변에서 인식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고자 실크로드 지역을 방문했고, 우즈베키스탄 아프라시압 벽화에서도 한국인을 찾았다.

숲에서는 삶과 죽음이 같이 있다. 나무는 살아있지만 일부 가지 또는 나무 줄기가 생물학적으로 죽음이 될지어도 다른 생물에게는 먹이가 되기도 하고 둥지자원이기도 하다.

나도수정초
나도수정초

죽은 나무는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이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이끼류와 버섯은 죽은 나무의 축축한 곳에서 자라며 달팽이와 도마뱀은 고사목에서 먹이를 찾는다. 나도수정초는 고사목의 양분으로 자란다. 큰오색딱다구리는 죽은 나무에 구멍을 내서 둥지를 짓고, 나무 구멍을 만들지 못하는 박새류는 큰오색딱다구리의 옛 둥지에 둥지를 튼다. 고사목에 큰오색딱다구리와 박새류가 번식하게 돼 죽은 나무는 새 생명을 기르는 보금자리로 되살아난다.

고사목은 서 있는 고사입목(snag)과 쓰러진 나무(fallen log)로 크게 나눈다. 고사입목은 쉽게 쓰러지지만 딱따구리류들의 둥지로 활용되고, 쓰러진 나무는 다양한 산림동물의 서식지이다. 결국 죽음은 다른 생명을 가져오는 순환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조류의 둥지망
조류의 둥지망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다른 사람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의식은 오래된 문화로 남아 있다. 마을에서는 집에서 누군가가 상을 당하면 장례를 치르고 꽃상여와 만장을 앞세우고 묘지로 향한다.

아파트 공간은 장례를 치르기에 부족하니 장례식장에서 지인들과 친지들이 죽음을 보내는 의식을 가진다. 반려동물이 많아지면서 동물에 대한 애도 행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자연에서 야생동물의 애도 행동은 우리가 연구하거나 관찰하지 못해서 그렇지 나름대로 방식이 있을 것이라는 필자의 추측이다.

굽은 소나무의 뒤틀림은 죽은 뒤에 알 수 있고, 곳곳에 뭇 생물을 품어 안고 있다. <2018.6.2.>
굽은 소나무의 뒤틀림은 죽은 뒤에 알 수 있고, 곳곳에 뭇 생물을 품어 안고 있다. <2018.6.2.>

여전히 동물의 애도 행동과 슬픔은 연구하고 살펴볼 만하다. 우린 태어나면 금줄에 고추와 숯을 매달고 돌아가면 소나무, 오동나무 등 관속에서 흙으로 되돌아간다. 삶과 죽음을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해보자. 자연에서 죽음의 소중함과 우리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한번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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