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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전통지식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산성을 살펴봤다. 외국 연구자들은 한국을 ‘산성의 나라’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산성은 친숙하다.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한 나라에서 산성이 다수 분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 1331개소(2020.6월 기준)의 산성이 존재하며 충남도 지역에 253개소(18.9%)로 가장 많고 그중 1224개의 산성은 읍·면·리에 분포하고 있다. 즉 도시 시가화 지역보다는 도시 외곽부와 군 지역에 다수 분포하고 있다.
현존하는 산성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이므로 그동안 자취를 감춘 산성을 생각한다면 한반도 역사에서 산성은 수많은 사람들과 군장기의 자취 그리고 말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산성은 한반도 지형에서 산세(山勢)에 맞춰 나무, 흙, 바위를 활용해 적의 공격을 막고 아군의 생존을 위해, 조망·방어·생존하기 위해 몬순 기후에 적응해 조성유지관리한 축조물과 그 내부의 산림자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산성은 축조물의 종류에 따라 목책(木柵)·토루(土壘)·석축(石築)을 포함하며 생존을 위해 우물을 이용하거나 적의 침입을 막고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고유한 배수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산성은 자연물과 인공물을 최대한 조화롭게 유지해야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한다. 고유한 배수시스템은 중국의 만리장성 및 유럽의 산성 즉 전 세계의 모든 산성에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적이 들어올 수 있으므로 먼 곳으로 성내의 오물을 배출하기 위한 구조와 기술을 최근 연구 기법으로 분석해 산성의 과학을 읽어내기도 한다.
특히 한국은 우물을 이용하기도 하며 우물이 있을 경우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서기 470년에 축조돼 3년만에 완성되고 수리도 한 기록이 남아 있는 충북 보은군 삼년산성, 권율 장군이 말을 세우고 왜적으로 향해 쌀을 흩날리게 부어 씻게 하는 이야기가 있는 경기 오산시 독산성 세마대 등 산성은 이야기의 창고이기도 하다.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탕춘대성도 서울에 일부 그대로 남아 있다. 산성은 자연을 활용한 천연방어 시스템이다. 최근 산성은 도시에서 조망점과 그린 네트워크의 연결고리로서 중요성이 있다. 또한 산림교육, 산림문화, 산림경관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수도권의 북한산성, 남한산성, 아차산성, 강화산성, 경기 여주시의 파사산성, 경기 이천시의 설봉산성, 충남 공주시의 공산성, 충북 청주시의 상당산성, 전북 남원시의 교룡산성, 전남 순천시 검단산성, 경남 남해시 대국산성, 경북 문경시 견훤산성, 부산시 금정산성, 강원 인제군 한계산성 등 이미 도시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다만 산성의 원형 유지 기작을 이해하지 않은 과다한 개발과 이용은 산성의 모습을 훼손할 수 있으며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폭우일수 증가는 산성의 구조적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산성은 성곽을 중심으로 음지와 양지를 양쪽에 갖추고 있어서 양치식물, 지의류외 이끼류 등 선태식물, 양서류, 파충류의 중요한 서식지이며 서식지 특이성이 있다. 산성에서 성곽의 수목은 구조적 안정성을 낮추지만 산성 내의 수목은 생육조건이 양호하며 습지, 초지, 수목 등 서식지 다양성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주변 지역 산림과 다른 특이성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800년 동안 자연의 돌로 쌓은 구조물이 태풍과 북풍 찬바람에도 버티고 굳건하게 서 있는 산성의 그 힘은 무엇일까? 흔히 요즘 말하는 자연기반해결책(NbS, Nature-Based Solution)이 적용됐기에 오랜기간 동안 견뎌 왔다고 생각한다. 늦여름이 있겠지만 선선한 가을바람을 산성에서 맞아보자. 올해의 무더위를 산성에서 떠나보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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