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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멀리 보이는 산, 출근길과 등굣길에 마주치는 가로수, 우리는 늘 나무와 숲을 만난다. 뙤약볕 아래를 걸을 때 가로수는 더없이 좋은 나무 그늘이다. 이러한 나무와 숲은 도시의 매연과 열기에도 견디며 살지만 아플 때도 있다. 뿌리가 박혀있는 나무는 아프다고 병원에 갈 수 없다. ‘나무 의사’는 이제 전면적으로 시행돼서 아픈 나무를 상처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자연보다 아파트 공간에 있는 나무와 숲은 고온과 건조에 취약하다. 나무의 아픈 증상은 대개 잎이 갈색으로 바뀌거나 잎이 축 처져서 시들시들한 모습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나뭇잎이 나올 때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가 나오고 이 애벌레는 새들이 잡아먹으니 나무 입장에서는 새는 친구다. 그래서 필자는 ‘도시숲을 만들고 나서 건강한지를 알기 위한 지표 새들은 무엇일까?’를 연구했다. 건강한 도시숲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서식해야 하는 목표종으로 국내외 문헌 분석 및 국내 도시숲의 조류서식지 특성을 반영해 선정했다. 선정된 도심 지표 조류는 오색딱다구리, 동고비, 흰배지빠귀,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꿩 등 6종이다. 미국 농무성도 유사하게 9종을 선정해 도시숲을 가꿀 때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표 종 6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색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는 나무의 가슴둘레가 45cm 이상인 나무가 많으면 그 안에 구멍을 만들어서 둥지를 만든다. 쓰러진 고사목과 먹이자원인 곤충류가 충분해야 서식할 수 있다. 그리고 10ha 이상의 몸집이 큰 숲이 필요하다. 오색딱다구리가 만든 둥지는 박새류들이 다시 이용하기도 한다. 동고비는 번식기에 우리나라 특별·광역시에서 보기 힘들다. 주로 나무줄기에서 먹이를 이용하는데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해발 600m 이하에서는 좀처럼 관찰하기 쉽지 않다.

동고비
동고비
흰배지빠귀
흰배지빠귀

동고비도 나무 구멍에 둥지를 만든다. 흰배지빠귀는 지면에서 지렁이 등 토양 생물을 주로 먹는다. 도심에서 사람들이 땅을 꼭꼭 밟아두면 토양생물에게는 좋지 않고 흰배지빠귀 등에게는 먹이자원이 부족해진다. 둥지는 밥그릇 모양으로 숲 지붕층에 만든다.

박새
박새

박새는 도심에 잘 적응한 새다. 건물 틈에 둥지를 짓기도 하고 딱따구리류의 둥지를 재이용하기도 한다. 박새는 숲에서 애벌레를 잘 잡아먹는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물컵 모양으로 깊게 둥지를 만들고 관목층에 둥지를 만든다. 꿩은 지면에 둥지를 튼다. 까투리는 사람이 가까이 가도 알을 지키기 위해 둥지를 지킨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머리오목눈이
꿩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꿩에게 천적은 들고양이다. 도시에서 많아진 들고양이는 숲속에서 지면과 관목층에 둥지를 트는 새와 박새의 둥지에게도 손을 미친다. 도시에서 나무와 숲을 가꾸었을 때 비로소 동물이 찾아오면 정말 숲이라고 할 수 있다. 솔거가 그린 솔가지 그림을 보고 새가 와서 부딪쳤듯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었을 때 새들이 찾아온다면 자연 그 자체이다.

그럼 새들은 어떤 식물을 주로 이용할까? 학술적으로 수종이 다양하거나 나뭇잎의 양이 많을수록 다양한 새들이 온다는 발표는 있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은 SNS를 분석해 새들이 즐겨 먹는 나무를 찾아봤다. 도심 지표 조류 6종이 주로 먹는 식물을 찾기 위해 최근 15년간(2005~2019) 국민이 SNS에 올린 2만 6800건의 사진 중 조류와 식물종을 분석해 173종을 선정했다. 먹이식물은 감나무, 소나무, 산수유, 팥배나무, 찔레꽃, 참느릅나무 등의 순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생태적, 기후적 특성을 고려해 해당 수종을 선별해 식재한다면 새들이 찾아오는 건강한 숲으로 가꿀 수 있다.

우리의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지 아픈 이후에는 늦다. 나무와 숲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도시숲을 유지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숲이 건강하지 않고 아픈 시그널을 알아내고 그 아픈 나무를 치료했을 때 다양한 새들이 도시숲으로 찾아온다. 이러한 도시숲을 거닐 때 우린 건강해진다. 도시숲은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지표이자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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