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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Tree Sparrow, Passer montanus)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로 속담이나 시, 노래와 그림에서 자주 등장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하다. 가수 이정희의 ‘참새와 허수아비’라는 노래에서 참새는 ‘노오란 참새’로 불렸다.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너, 보내야만 해야할 슬픈 나의 심정”이라는 노랫말은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참새와 허수아비가 있는 가을의 농촌 풍경과 연결시킨다. 참새의 ‘참-’은 ‘먹을 수 있는’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참나무, 참나물, 참돔, 참꽃도 같은 뜻을 가진다. 그 어원처럼 50년 전 가난했던 시절, 참새구이는 서민들에게 풍부한 단백질원이었고 애주가들에게는 흔한 안주거리였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참새(2016.4.24.)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참새(2016.4.24.)

그러나 전국 참새 밀도는 1970년대 헥타르 당 400마리 정도에서 최근 100마리 이하로 네배 가량 줄었다. 그 많던 참새는 어디로 갔을까? 참새는 번식기에 주로 곤충류를 비번식기에는 풀씨 등 곡류를 즐겨 먹는다. 마른 풀 줄기를 쌓아서 나무 구멍, 처마 밑, 돌 틈에 둥지를 틀고 4~8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필자는 우리나라 순천 낙안, 안동 하회, 경주 양동, 아산 외암, 고성 왕곡 등 전통민속마을을 대상으로 참새를 조사해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모든 곳에서 참새가 전통마을의 환경에 잘 적응하며 번식하고 있었다.

서울숲의 참새(2013.11.3.)
서울숲의 참새(2013.11.3.)

아시아에서 참새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참새와 섬참새(Passer rutilans) 두 종이 있고, 섬참새는 울릉도에서 번식한다. 유럽에 분포하는 집참새(Passer domesticus)도 최근 마릿수가 감소했는데 조류학자는 도시에서 마차의 감소, 농경지 감소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참새의 마릿수는 감소했고 초가집과 농경지가 사라지면서 둥지 자원과 먹이자원이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 현재의 서울숲도 원래 마굿간이 있는 경마장이었다. 참새는 마굿간의 볏짚을 사용해 인공새집을 만들었지만 마굿간이 없어지고 큰 숲이 만들어진 후 참새가 사라지고 대신 박새가 들어왔다. 박새는 숲에서 이끼를 쌓아서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더 적합했을 것이다.

중국 투르판 고창 고성에서 똥에 있는 딱정벌레는 이용하는 참새(2007.7.19.)
중국 투르판 고창 고성에서 똥에 있는 딱정벌레는 이용하는 참새(2007.7.19.)

2007년 중국 고창 고성에 갔을 때 관광객이 노새가 끄는 마차를 타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노새는 주변의 풀을 뜯어 먹고 노새 똥의 부드러운 섬유질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풍뎅이류 곤충을 보았다. 그리고 이를 잡아먹는 참새를 관찰한 적이 있다. 이는 [마차-똥-벌레]의 먹이망으로 금방 배설한 축축한 똥에 풍뎅이류가 다수 있었고 잡식성 동물인 참새가 이를 잡아먹고 흙벽에 짚을 쌓아서 둥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2017년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노새의 ‘끄억, 끄억’ 소리는 사라지고 전기차에서 인간의 왁자지껄한 소음만 난무했다. 길 한쪽에서는 빵 부스러기, 해바라기 씨, 국수 가닥을 먹는 참새를 볼 수 있었다. 흙벽돌은 사라지고 콘크리트가 많아져 참새는 둥지를 틀지 못하고 작은 건물 틈새를 찾고 있었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참새(2008.10.19.)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참새(2008.10.19.)

우리나라에서 참새는 초가집의 지붕을 없앤 새마을 운동 이후 감소했다. 초가집과 흙벽의 주거방식이 아파트 등의 콘크리트 건축으로 변화하고 목축 문화가 사라지면서 참새의 둥지자원과 먹이자원도 감소했다. 농경목축문화를 지탱한 정서생물(情緖生物)이었던 참새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새가 번식하기 위해서는 풀밭이 있는 경작지가 필요하고 거미류, 딱정벌레류 등 충분한 곤충류 먹이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시에서 참새가 구할 수 있는 먹이에는 양질의 단백질이 부족하고 도시화로 인해 참새가 둥지를 만들 재료도, 장소도 부족해졌다. 그나마 도시 안에서 참새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도시숲이 풍부한 곳이다.

때로는 사라지는 생물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폭넓은 공감이 필요하다. 단순히 참새의 수가 감소한 것뿐만 아니라 참새와 함께 공존하고 공생했던 것들도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도시숲에 간다면 ‘볼에 큰 점 가진 녀석’ 참새를 찾아보고 아직까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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