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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중 외부의 온도가 변화해도 체온을 그대로 유지하는 생물은 포유류와 조류이다. 우리 인간은 포유류이고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뱃속에서 열 달 정도 키워내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날아다니는 새들도 우리 사람과 같이 일정한 체온을 갖는다. 그렇지만 새들은 날기 위해서 자식을 뱃속에서 키우는 것보다 알과 같이 외부에서 생명을 길러낸다. 둥지가 바로 그것이다. 조류는 알에서 태어난다. 알이 부화하려면 적정한 온도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 어버이새는 가슴의 털이 뽑혀 맨살이 드러난 자리인 포란반(incubation patch)으로 알을 품어 자기 체온을 알에 전해준다. 이때 자연의 재료로 만든 둥지가 이 적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조류는 맨땅, 나뭇가지, 나무 구멍, 인간의 거주 공간 등 다양한 곳에 둥지를 만들어왔다. 둥지는 크게 겉둥지인 기초(base)와 외벽(lining), 속둥지인 알자리(egg base)로 나눌 수 있다. 기초는 나뭇가지, 이끼, 식물 줄기, 흙 등으로 짓는다. 흙은 둥지 온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 외벽에는 대개 흙과 식물 줄기를 사용하며, 식물 줄기를 이어서 벽처럼 만든다. 알자리에는 대개 어미 자신의 솜털(down)을 이용하지만 일부 도시지역에서 발견된 둥지에선 테니스공 껍질과 담배 필터가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이처럼 둥지를 짓는 법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환경에 따라 적극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둥지는 ‘조류가 긴 세월 동안 환경과 상호작용 하면서 만들어낸, 태반의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다.

까치둥지
까치둥지
붉은머리오목눈이겨울둥지
붉은머리오목눈이겨울둥지

하지만 둥지는 집이 아니다. 우리에게 아파트, 주택은 사는 집이지만 새들은 번식기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만 둥지를 짓고 바위나 숲 아래에서 잠을 잔다. 모든 새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둥지와 집은 다르다. 까치의 둥지를 관찰해보면 번식기에만 이용하고 나서, 후에 파랑새와 새호리기 등이 이용하기도 한다. 새들마다 둥지를 만드는 방식은 독특하다. 꾀꼬리는 나뭇가지 사이에 매달리는 형태의 둥지를 만든다. 이때 양쪽 나뭇가지에 이끼, 나무줄기, 덩굴줄기를 쌓는다. 컵 모양의 둥지를 만드는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나뭇가지 사이를 먼저 연결해 기초를 만들고 외벽을 만든 후 알자리를 만든다. 종별로 둥지의 모양은 다르지만 대개 가장 먼저 기반(base)을 만들고 벽(lining)을 만든 후 알자리(egg base)를 만드는 순서는 같다.

산솔새둥지
산솔새둥지
쇠딱따구리둥지
쇠딱따구리둥지

어떤 새들은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새에게 알을 맡기는 ‘탁란(brood parasitism)’을 하기도 한다. 뻐꾸기처럼 탁란을 하거나 파랑새, 매, 일부 찌르레기처럼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를 이용하는 조류도 있다. 탁란은 진화의 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탁란을 당하는 새는 탁란을 피해서 둥지를 만드는 장소와 시기를 달리하기도 하고 알의 색깔, 크기, 모양도 바꾼다. 이 새들은 탁란하는 새들이 없었다면 포식과 경쟁 등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뻐꾸기와 같이 탁란하는 새들도 나름의 전략이 있다. 가장 빠르게 부화할 수 있도록 알을 낳아야 하고 다른 새들이 둥지를 만들거나 먹이를 먹이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뻐꾸기가 얄미울지 모르지만 자연의 시스템에서는 뻐꾸기가 둥지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드는 조력자일 수 있다.

호랑지빠귀둥지
호랑지빠귀둥지

인간의 정주 공간에 둥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제비, 딱새, 참새가 여기에 해당한다. 제비와 딱새는 인간 거주 공간에 주로 집을 짓고, 특히 딱새는 산림 속 마을, 사찰 등 정주공간에 다수 번식한다. 어미는 포식자, 탁란 조류, 병원균 그리고 같은 종과의 경쟁 등을 피해 비밀스럽게 둥지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둥지는 포식자를 피하고 혹독한 기후에 대비하여 생명을 만들기 위한 공간이 된다. 둥지는 생물 종별로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자연에서 둥지의 소중함과 우리 인간의 주거 문화도 한번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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