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서울 노원프레미어스엠코아파트)

카타르 월드컵은 지난해 11월 21일부터 12월 19일(한국시각 기준)까지 29일간 32개국이 출전해 자웅을 겨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괄목할 것들은 개막식 때 우리나라의 방탄소년단이 개막 공연을 했고, 월드컵 최초로 중동에서 열렸다. 한낮의 날씨가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기온을 고려해 겨울에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16강을 뽑는 예선에서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편성돼 각 조마다 두 팀이 결선에 진출하게 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가나에게 이기고, 우루과이와는 비기고, 포르투갈에는 적은 점수차로 지더라도 골득실로 2위를 차지해 16강에 들 수 있다는 다소 희망적인 예상을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첫 경기에서는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겨서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가나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안타깝게도 2-3으로 지고 말았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우리보다 객관적으로 우세인 포르투갈을 이겨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손흥민은 카타르 월드컵 20일 전인 11월 2일 경기 중에 눈 주변을 감싸고 있는 뼈가 부러지는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안면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하고 경기를 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흥민이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얼음을 계속 대고 부기를 뺐다”고 했다. 12월 3일 드디어 포르투갈과의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운명의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 5분 포르투갈에 선제골을 내준 뒤 전반 27분 김영권이 동점골을 뽑아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후반 46분 황희찬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짜릿한 2–1 역전승을 일궜다. 우리는 보통 여기까지를 말한다. 황희찬이 결승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심지어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에 2–3으로 패하자 일부에서는 “손흥민을 선발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쏠린 기대를 알기에 손흥민은 “뼈가 실처럼 붙어있는 상태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지만 이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포르투갈전 결승골의 황희찬은 “흥민이 형이 경기 전에 ‘너를 믿는다. 오늘 꼭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상대 선수 7명을 몰고 70m를 질주해 황희찬에게 어시스트를 해줬다. 손흥민은 황희찬과의 약속을 지켰다. 미국 스포츠방송 ESPN은 손흥민의 어시스트를 “‘좋은 선수’와 ‘위대한 선수’를 가르는 순간이었고, 조국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낸 월드컵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고 평했다.

사실 우리 팀에는 손흥민처럼 상대방의 수비를 제치고 전광석화처럼 센터링해 줄 선수가 드물다. 유럽에서는 득점왕이라도, 한국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손흥민은 자신의 몫을 어시스트로 선택한 것이다. 어느 선수가 자신이 득점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ESPN은 손흥민을 ‘위대한 선수’라고 평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앞에 나서지 않고도 자기희생과 헌신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아파트에도 아파트의 발전과 이웃과의 화목을 위해 ‘어시스트’하는 ‘위대한 입주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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