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김재원

지금은 편지 쓰는 일이 드물지만 편지는 전통적으로 서로의 의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매체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편지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정서성이고 또 하나는 기록성이다. 하루에 수십 번 또는 수백 번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보다는 예쁜 편지지에 친필로 쓴 편지 한 장이 주는 정서적 효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또 편지의 기록성은 서로 인식할 수 있는 문자 체계를 이용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전달하려는 내용이 보존되고 있음을 말한다.

역사상 가장 많은 편지를 쓴 사람은 나폴레옹이라고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은 생전에 5만5000통 정도의 편지를 직접 쓰거나 받아쓰게 했다. 가장 짧은 편지는 빅토르 위고와 출판사가 주고받은 편지다. 위고는 무명시절 소설 ‘레미제라블’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후 책의 판매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초조한 위고는 출판사로 편지를 보냈다. 편지 안에는 ‘?’ 표시만 있었다. 출판사는 위고가 책의 판매상황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 표시로 답장을 보냈다. 책이 놀랍도록 잘 팔리고 있다는 뜻이다.

편지 중에서도 모든 사람이 받고 싶어 하는 편지는 러브레터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러브레터는 19세기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베러트가 주고받은 편지다.

“내가 그대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방법을 세어보겠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이상적인 품위를 느낄 때 내 영혼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와 넓이와 높이만큼···” 이런 편지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베러트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탈리아로 도망가 많은 문학작품을 남기고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요즘 들어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상호 간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법정에 서는 경우도 있다. 편지는 아파트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2020년 1월 필자의 딸네 식구는 5년간 인도네시아 파견근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파견근무를 떠날 때 전세를 준 집의 만기가 남아 있어 할 수 없이 몇 달간 우리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됐다. 외국에서 마음대로 뛰놀던 11살, 7살 두 손자는 아래층이 울릴 정도로 뛰고 달리며 장난을 쳐댔다. 발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걸으라고 주의를 줘도 소용이 없었다. 5년간 외국에서 살던 손자들이 국내 아파트 생활상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매일같이 아래층의 항의를 받던 딸은 얼마 후 정성스런 편지와 조그만 케이크를 사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아래층에 사람이 없어 손편지와 케이크가 담긴 쇼핑백을 현관 손잡이에 걸어두고 왔다. 편지가 전달된 후로는 아래층 입주민의 항의성 인터폰은 오지 않았다. 진솔한 편지 한 장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을 해소한 것이다. 진심을 담은 손 편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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