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김재원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기금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2008년 6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아너 소사이어티는 지난해 12월 16일 기준 누계회원이 3046명, 누적 기부 금액(약정 포함) 3339억원에 달한다.

아너 소사이어티의 구성원을 보면 공무원, 자영업자 등이 각각 48명, 192명에 달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맨 같은 유명인보다 많다. 큰 부를 일궈야만 고액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세간의 편견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2014년 11월 25일 검은 양복에 붉은 와이셔츠를 차려입은 노신사가 서울 광화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았다. 한성대 에듀센터 경비원으로 10년째 일하던 김방락(76)씨였다.

그는 어려운 이웃과 한성대 학생을 위해 사랑의 열매에 1000만원을 우선 기부하고 이듬해 말까지 9000만원을 추가로 내겠다는 약정서에 서명했다. 한 달 120만원 남짓한 경비원 월급으로 10년 꼬박 부은 적금을 해지해 내겠다는 것이었다. 아너 소사이어티 모임에 첫 경비원이 탄생했다. 기자가 8년이 지난 2022년 12월 김 씨를 다시 만났다. 동대문시장 안의 문구·완구시장 야간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경비하는 노인도 월급을 모아 1억원을 기부했다 하니까 평범한 사람들이 나도 기부하겠다며 엄청나게 전화를 했다고 그럽디다. 내 덕에 회원이 엄청 늘었다고요. 제가 627번째였는데 올해 벌써 3000번째 아너가 나왔어요. 내가 이 사회에 나름 훌륭한 어른 노릇을 했구나 싶어 마음이 뿌듯합니다.”

우리 사회에 가장 뜨거운 기부 씨앗을 뿌린 주인공은 기업 회장도, 연예인도 아닌 동대문시장 경비원이었다. 김방락 씨는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농사일을 하다 스무 살에 군대에 가서 베트남 참전을 거쳐 8년 동안 군 생활을 한 후 전역했다. 제대 후 막노동으로 생활하던 중 국방부 군무원시험에 합격해 군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04년에 정년퇴직 했다. 퇴직 후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놀고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월 90만원 봉급자인 경비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경비원 생활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기부를 결심하게 된 동기를 묻자 김 씨는 “내 주위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요.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 심정을 몰라요. 그러니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돕습니다”라고 말한다.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답한다. “여태껏 키우느라 뒷바라지 했으면 됐지 내가 언제까지 해주겠어요. 나는 내 길이 있고 아이들도 자기 길이 있는 것입니다. 자식 형편 생각하고 아까운 생각이 들면 다른 사람 못 돕습니다. 아무리 쌓아 놓아도 죽을 때는 못 가져가요,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아닙니까.”

지금 지구촌에는 우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많다. 장기간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대형 지진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세계인들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김방락 씨의 숭고한 기부 정신을 본받을 절실한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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