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김재원

절기상 겨울의 시작은 입동(立冬)이고 끝은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이다. 겨울을 자연 계절로 나누면 초겨울, 엄동(嚴冬), 늦겨울로 구분된다. 엄동은 평균 최저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는 때를 말한다. 그래서 겨울 중 가장 추울 때를 엄동설한이라 일컫는다. 겨울철은 농사의 시기로 보면 저장기간에 해당된다. 이는 농사가 끝나 온갖 생산물을 저장한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힘을 저장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겨울 동안 힘을 저장했다가 봄부터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이는 마치 식물과도 같다. 봄에 싹이 나와 여름 동안 무성한 잎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소진해져 겨울이면 죽는 식물은 영원히 죽는 것이 아니라 이듬해 봄이면 다시 소생하는 순환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혹독한 겨울도 대한(大寒)을 정점으로 서서히 봄을 향해 간다. 들판에 나가 보면 보리싹이 파릇파릇 눈 속에서 봄을 꿈틀거리고 있다. 산속에 나무는 움츠리고 있지만 봄맞이 준비를 하느라 쉴 새 없이 물을 빨아올리고 있다.

우리의 삶도 혹독한 겨울에 맞닥뜨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견뎌내면 곧 꽃 피는 봄을 맞이할 수 있다. 그것을 딛고 일어나는 용기와 지혜가 있다면 마치 연약한 새싹이 맨땅을 뚫고 돋아나듯 겨울을 이겨 낼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생활고로 인한 불행한 사건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신촌모녀’ 사건은 우리를 몹시 슬프게 한다. 시련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우리 앞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차가운 겨울이 시련이라면 따뜻한 봄은 희망이다. 희망이 있는 사람만이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포근한 봄날을 맞을 수 있다.

루쉰(魯迅)은 “희망은 길과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길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자꾸 다니면 길이 되듯이 희망도 없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갖고자 노력하면 반드시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 환난으로 인하여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위로나 치유의 메시지가 아니다. 값싼 동정도 아니다. 희망은 혹독한 고통과 시련, 어떠한 굴욕 속에서도 결코 잃지 말아야 할 삶의 계명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희망은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희망은 누군가의 도움과 격려로부터 생겨난다. 오늘 우리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언젠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준 누군가의 덕분이다.

지금 우리의 공동주택 관리현장도 엄동설한의 벌판에 서 있다. 관리사무소장, 경비원 등 관리 종사자들에 대한 갑질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층간소음, 흡연 문제 등으로 입주민들의 분쟁도 잦다. 하지만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겨 내는 입주민들과 종사자들이 있기에 극복해 나간다. 곧 우리 아파트에도 꽃피는 봄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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