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골든타임은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이 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사망 등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골든타임은 어느 분야에든 존재한다. 모든 건물 역시 건물 소음과 진동을 자체 흡수할 있는 골든타임이 있다. 2001년 서울 강변역에 있는 39층의 테크노마트가 크게 흔들려 2000명이 대피했다. 흔들림의 원인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태보(태권도, 복싱, 에어로빅을 합친 운동)를 하며 여러 사람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바람에 건물이 자체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초과했기 때문이라고 당시 조사관들이 언급했다. 공동주택도 예외 없이 사람이 뛰면 그 진동과 소음을 흡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다. 그 시간을 초과하게 된 현상이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민원처리가 몇 배 더 어렵게 되고 심지어 이웃 간의 폭행과 살인 등 불미스러운 일로 확대된다. 근 10년 이상을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국토교통부, 각 지자체는 층간소음 전문상담 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층간소음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층간소음의 골든타임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층간소음의 피해 기간이다. 민원인의 층간소음 피해가 발생한 지 6개월 이내인지, 1년을 초과했는지로 구분하면 된다. 층간소음의 골든타임은 민원이 발생한 후 6개월 이내로, 이 시기의 피해자는 나쁜 감정보다는 단순히 공동주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간 불편한 정도로만 층간소음을 간주한다. 감정의 문제로 확대되기 전이라 피해자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소음원과 피해 시간대를 소음 유발자가 피해 준다면 쉽게 해결이 된다.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한 지 1년을 초과하게 되면 골든타임을 초과한 시기다.

이 시기는 층간소음 피해자와 유발자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기로, 당사자들이 직접 대면하게 되면 폭행이나 살인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연결되기 쉽다. 두 번째는 민원인이 가족과 이웃들에게 듣게 되는 말과 층간소음 피해자의 행동으로 알 수 있다. 층간소음 피해자는 가족과 이웃이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받고 고통을 받는다. “당신이 너무 예민한 거야”, “관리소에 자꾸 밉게 보이지마”, “아가씨는 애가 없어서 그래요”, “당신 같은 사람은 아파트에 살면 안 돼!” 결국 층간소음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무겁고 두려운 고립감을 느끼게 되고, 층간소음은 해결하기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게 된다. 그들이 혼자 감당한 행동의 결과가 이웃 간 발생하는 폭행과 살인이다. 가족과 이웃들의 이런 말은 민원인의 층간소음 골든타임을 더 앞당기게 되고, 영원히 그들이 층간소음에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게 만든다.

공동주택 생활소음관리협회의 통계(2013년∼2020년)에 따르면 층간소음 피해를 겪은 사람의 반복 민원 신청률이 평균 80% 이상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거주지를 이동하거나 윗집·아랫집 사람이 바뀌거나 또 다른 상황 변화에 관계없이 층간소음 피해를 겪은 사람은 한결같이 고통을 호소한다. 이런 반복적 민원율은 75%가 넘는다. 이를 볼 때 층간소음 피해자는 민감한 사람일 수 있다. 더 정확하게는 소리나 소음에 노출돼 민감해진 사람이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귀트임 현상이 발생한 사람이다. 한 번 귀가 트이면 평생을 가고, 그로 인한 괴로움, 불쾌감은 말하기 힘들 정도의 아픔이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싶은가!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주변에서 층간소음으로 아파하는 가족과 이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민원인의 말이 우리에게 들리고, 위로의 말이 그들에게 전달되면,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