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2010년 국회입법조사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외국의 사례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미국은 아파트에서 소음을 일으키면 관리사무소에서 3회 이상 경고하고 또 어기면 강제 퇴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소음을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로 보고 거액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엄격하게 처벌한다. 워싱턴 DC에서는 공동주택 안팎의 소란행위에 대해 250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90일 이하의 구류에 처한다. 뉴욕시는 타인의 생활을 방해하는 정도의 지속적인 소음을 유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넘어설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할까? 아직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현실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층간소음의 최전선에는 관리소장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이 출동하면 뭐 합니까. 문을 열지 않아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도 너무나 먼 당신입니다”, “윗집은 윗집대로 힘들고 지쳤다며 험한 말을 하고 어느 편을 들지도 못하겠고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아 안타깝고 힘들고 짜증 납니다.”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관리소장들의 안타까운 마음이고 푸념들이다.

관리소장이 층간소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그 아파트의 운명이 좌우된다. 층간소음을 단순한 이웃 싸움으로 생각하거나 유별나고 예민한 아랫집 탓만 한다면 그 아파트 단지는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다. 관리소장이 층간소음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체계적인 매뉴얼을 갖춰야 관리소 직원뿐만 아니라 보안 요원이나 경비원들도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관리소장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민원인의 집에서 같이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소음원을 찾기 위해 아파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관리소장들끼리 층간소음 스터디 모임을 결성해 자료를 공유하기도 하고, 휴가를 반납한 채 필자가 강의하는 곳을 찾아 먼 길을 오기도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주민에게 심한 말을 들으면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게 마련이다. 현장에서 만난 아파트 관리소장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층간소음 문제가 관리소장에게 집중된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역할을 맡게 된 것이 문제다.

층간소음 문제는 그동안 관리소장이 주로 다뤘던 하자, 보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시공사를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입주민들의 민원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려운 구조이며 그렇다 보니 해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층간소음 규제를 위해 만든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는 처벌 조항이 없고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해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층간소음 민원인들은 이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관리소장이 층간소음뿐만 아니라 각종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있지만, 그에 반해 권한이 없는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의 제7항을 최대한 활용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권한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층간소음 문제는 더이상 관리소장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만을 다루게 되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의 향후 역할은 민원대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며 그 중요도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아파트의 민원을 점진적으로 해결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층간소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강권한다. 이것이 층간소음 민원 해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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