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는 거주자에게 매우 큰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시공단계의 규제인 사후확인제를 중점으로, 환경부·국토부는 실생활소음의 규제인 층간소음 기준과 측정방법의 개정을 중점으로 현재 폭증하고 있는 층간소음을 줄이고자 하고 있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우는 이 두 가지의 기준 중에서 소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실제 연관이 있는 것은 환경부가 주도하는 층간소음 기준이다. 층간소음 기준은 층간소음이 심각한 피해자의 범주와 약한 피해자의 범주를 가르는 척도가 되고, 이웃 간의 소송의 기준이 되는 아주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최근 개정된 기준은 2014년에 비해 4dB(A) 강화됐지만, 층간소음 피해자 중 20%만이 층간소음의 실제 피해자로 보고 설정된 기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층간소음의 약한 피해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23년 층간소음 기준(주간 39dB(A), 야간은 34dB(A))은 이러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반영된 기준일까?

국내 처음으로 층간소음 기준이 제정된 시기는 민원이 폭증하던 2014년도로 환경부와 국토부가 공동으로 제정했다. 당시 정부는 층간소음을 소음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면 민원인과 피민원인 간 분쟁이 줄어드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현재 층간소음 민원은 어떤 상황인가? 층간소음 기준의 제정 당시 2만건 정도였던 민원은 현재 4만건을 초과, 2배 이상 증가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와 소비자들은 성급한 층간소음 기준 마련은 민원 해결보다는 또 다른 분쟁과 소송 증가로 이어 질 수 있으니, 좀 더 많은 연구와 직·간접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일단 시행하고 부족하면 향후에 더 보강하면 된다는 말로 그들의 의견을 간과한 결과이다. 필자가 층간소음 기준이 필요 없음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단, 좀 더 신중하고 철저하게 층간소음의 현실을 관찰하고, 전문가와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후에 기준이 제정됐다면 ‘층간소음 민원 저감에 큰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을 말하는 것이다.

2022년 층간소음 기준은 층간소음의 현실적 문제를 최대한 고려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실생활 층간소음 노출 성가심 반응연구를 통한 성가심 비율(청감실험 대상자 중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는 비율)이 제시됐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실험 대상의 음원으로 연속충격음(어린이 달리기, 성인보행), 단발충격음(어린이 제자리 뛰기) 등 현장에서 가장 민원이 심한 소음원을 사용했다. 그리고 피시험자(청취자)는 정상청력자인 20대에서 60대의 사람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층간소음의 측정방법은 소음·진동 관련 공정시험기준을 개정해 최대한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층간소음 기준이 몇 가지 의문과 논란으로 인해 국무회의의 심사의 도마에 올랐다. 핵심 요소는 ‘기준 강화의 근거가 된 실험 음원·피시험자·시험방법에 타당성이 있는가, 강화된 기준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 소비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가’다.

세계보건기구의 인체를 고려한 소음기준(30dB (A))은 1999년에 제정된 후 현재까지 20년 이상 변함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층간소음 기준을 너무 강화할 경우 이웃 간의 소송관련 분쟁이 증가할 것이고,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층간소음 기준이 확실하게 민원 저감의 대안이 되는 것도 아니므로 층간소음 피해자 중 20%를 위한 기준을 선택한 것은 환경부의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명확한 답은 없지만,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때 쉽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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