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김재원

전북 임실군 오수(獒樹)는 불이 난 것을 모르고 잠든 주인을 구했다는 충견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고려시대 문인 최자가 1230년에 쓴 ‘보한집(補閑集)’에 그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시대 거령 현(오늘날 전라북도 임실군 지사면 영천리)에 살던 김개인은 충직하고 총명한 개를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동네잔치를 다녀오던 김개인이 술에 취해 지금의 상리 부근의 풀밭에서 잠이 들었는데 때마침 들불이 일어나 김개인이 누워 있는 곳까지 불이 번졌다.

불이 계속 번져오는데도 김개인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자 그가 기르던 개가 근처 개울에 뛰어들어 몸을 적신 다음 들풀 위를 뒹굴어 불을 끄려고 했다. 들불이 주인에게 닿지 않도록 여러 차례 이를 반복한 끝에 개는 죽고 말았으나 김개인은 살았다고 한다. 김개인은 잠에서 깨어나 개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음을 알고 몹시 슬퍼하며 개의 주검을 묻어주고 자신의 지팡이를 꽂았다. 나중에 이 지팡이가 실제 나무로 자랐다고 한다. 훗날 개 오(獒)자와 나무 수(樹)를 합해 이 고장 이름을 오수라고 부르게 됐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수 휴게소와 전북 임실군 오수면 시장마을에 오수 개 동상이 생겼다.

개는 1만1000~1만6000년 전 인간이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인간과 가까이 지내왔다. 개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몸의 움직임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눈을 깜박이거나 코를 핥는 것, 눈동자의 위치 등의 사소한 행동부터 꼬리 흔들기, 짖는 소리, 영역표시 행동, 배를 보이고 눕기 등을 통해 감정과 의사를 표시한다. 이러한 행동으로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 1986년도 여름철 어느 날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을 맞아보니 훔쳐 간 물건이 아깝기도 하지만 또다시 도둑이 들어와서 가족들을 해칠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도둑을 예방할 목적으로 이웃집으로부터 진돗개 새끼 한 마리를 분양받아 키웠다. 어린 진돗개는 식구들이 외출했다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가족들 품으로 뛰어들었다. 우리 식구들에게는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놈이 다른 사람만 보면 앙칼지게 물려고 달려들었다. 도둑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해칠 우려가 있어 이웃집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웃집으로 옮겨간 개는 몇 달이 되지 않아 순둥이가 돼 있었다. 동물은 기르는 주인의 보살핌에 따라 성질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줄잡아 1500만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공간인 펫 하우스나 펫 빌라까지 성업 중이라고 하니 가히 반려동물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그러나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서는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에서 많이 발생하는 민원 중 하나는 늦은 밤에 개 우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개가 우는 것은 무언가 불만이 있다는 증거다. 반려견의 성질은 품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르는 주인의 조련 방법도 큰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오수의 개에서 본 것같이 개는 영리한 동물이다. 주인의 관심에 따라 영리한 친구도 되고 영악한 동물도 된다. 아파트에서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한 번쯤 새겨 둘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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