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김재원

자녀를 제대로 교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자기 자녀를 부모의 마음에 흡족하게 키웠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의 큰 재벌회사를 창립한 L회장도 평생에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이 두 가지가 있다는 고백을 했다. 그 첫 번째는 골프공을 원하는 곳으로 쳐서 보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식 교육이라고 했다. 그만큼 자녀교육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유난히도 자녀 교육에 열성적이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부모의 희생쯤은 기꺼이 참고 견딘다. 밤낮으로 뼈 빠지게 일하는 것은 물론 빚을 내서라도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자녀교육을 위해 이사를 다니던 원조는 아무래도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아닌가 생각된다. 맹자의 어머니는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다녔다고 해 소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교훈을 남겼다. 맹자의 어머니는 먼저 공동묘지 근처로 이사했다. 이곳에서 맹자가 상여놀이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보고는 시장 근처로 이사했다. 이번에는 맹자가 시장상인처럼 돼가는 것을 보고 마지막으로 서당 근처로 이사를 하니 맹자가 글공부에 열중했다는 교훈이다. 여기서 내가 생각해 보는 것은 맹자의 어머니가 왜 공동묘지와 시장을 거쳐 서당 근처로 여러 번 이사를 했을까? 곧바로 서당 근처로 이사했더라면 될 것이 아닌가? 맹자의 어머니가 멍청해서일까? 아닐 것이다. 맹자는 공동묘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봤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죽음의 문제를 알았을 것이다. 다음으로 시장 근처에서는 삶의 현장을 봤을 것이다. 시장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이 거래되는 곳이며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맹자는 여기서 삶의 방식을 배웠다고 추측할 수 있다. 죽음과 삶의 현장을 경험한 맹자는 서당에서 깊은 학문을 연구해 위대한 사상가가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동묘지와 시장 근처에서 살면서 보고 배운 것이 훗날 맹자철학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평생 살면서 몇 번의 이사를 한다. 직장 때문에, 아니면 경제적 이유로 이사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자녀교육 문제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 즉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하길 원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할머니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부모님 집 근처에 살다가도 취학 때가 되면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 간다. 우리 딸도 마찬가지다. 7년 동안 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단지 내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큰 손자가 초등학교 입학 때가 되니 학군이 좋다는 곳으로 이사 갔다. 이런 이유로 학군이 좋다고 소문 난 곳은 아파트 값이 자꾸 뛰어오른다.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주택가격은 생활편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학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맹모삼천지교에서 맹자 어머니가 이사 다닌 사실로부터 교훈을 찾을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지혜를 배운 맹자의 혜안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칼린 지부란(1883~1931)은 ‘예언자’에서 아이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대의 아이는 그대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이란 스스로 그리워하는 큰 생명의 아들, 딸이니 그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이 그대와 함께 있을지라도 그대의 소유가 아니다. 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으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학군을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줄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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