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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올해 12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머물고 있다. 산호세라는 도시에 있는 숙소에 머물고 있지만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침 산새 소리에 일어나고 동네를 거닐다 보면 다람쥐류, 청설모, 벌새류, 지빠귀류, 솔새류 등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저자는 자연스레 마음이 평화롭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 동네는 주로 장과류(berries) 식물을 심어 둔 덕분에 새들이 초겨울에 광나무류, 블루베리 등 다양한 식물의 열매를 먹기 위해 찾아온다. 이렇게 도심 속 사람 사는 곳에 나무와 새들의 지저귐까지 있으니 정겹다.

한번은 산호세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실리콘밸리 전경을 바라봤다. “숲속의 도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실리콘밸리 주변의 산지는 건조한 기후 때문에 나무가 많지 않았지만 산호세 도시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도시숲을 보니 숲속의 도시 그 자체였다.

실리콘밸리의 숲속 도시
실리콘밸리의 숲속 도시

스탠퍼드 대학, 버클리 대학의 유수의 인재들은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인텔, 구글, 테슬라 등을 이끌고 실리콘밸리의 경제는 우리나라 GNP보다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최고 수준의 인력들이 모여들고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지는 이곳에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가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결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삼성반도체 산호세 캠퍼스의 정원 공간
삼성반도체 산호세 캠퍼스의 정원 공간

애플, 삼성반도체 캠퍼스는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곳곳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대화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최고의 기술과 창의력은 어디에서나 나오겠지만 비즈니스, 마케팅, 세일즈로 이어지는 협업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초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구체화하는 토론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고 수용되기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리콘밸리의 토론과 협업의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애플 방문자 센터에서 바라본 숲으로 둘러싸인 애플본사
애플 방문자 센터에서 바라본 숲으로 둘러싸인 애플본사

필자는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실리콘밸리의 자연이 그러한 문화에 일조했으리라 생각한다. 숲과 나무는 혼자서 사색하고 산책하는 배경이 돼주기도 하고 서로 간에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애플사의 애플파크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애플 본사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규모가 수목원이나 공원으로 보일 정도였다. 실리콘밸리의 풍부한 나무와 숲은 때로는 치열한 토론을 식혀주기도 하고 사람들 간의 여유와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데 도심의 가로수는 큰 역할을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최근 가뭄으로 한여름에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는 나무에 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까지 날아간 까닭은 공기를 물로 만들면서 초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를 실용화 단계에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 현지 특허 법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연구 기술은 공기를 물로 만드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도시 차원에서도 모두 관심이 있었다.

실리콘밸리 주변 미션 피크의 헐벗은 모습
실리콘밸리 주변 미션 피크의 헐벗은 모습

우리도 이곳에 며칠 머물면서, 관계자들과 물 분자는 수소-산소-수소의 결합을 끌어당기고 놓는 과정이 건조한 도시지역에서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지 그 실용성에 대해서 주로 논의했다. 한국도 봄과 가을, 겨울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일수가 증가하고 있어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필요한 기술이 될 수 있다. 나무와 숲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시 내 수분을 공급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기술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는 협업과 호기심에 기초한 깊은 토론(deep dive)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시작하면서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창의성과 숲으로 뒤덮인 도시를 보면서 우리도 도시에서 나무와 숲을 가꾸어 숲속 도시를 만들고 그 자연을 배경으로 토론과 협업하는 문화가 싹트기를 희망해본다. 그렇다면, 김구 선생님의 말처럼 남을 모방하지 않는 우리만의 창의적인 도시의 미래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호세 주택가 근처 가로수 아래 심은 블루베리류 식물
산호세 주택가 근처 가로수 아래 심은 블루베리류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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