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우 우우우 우

여위어 가는 가로수
그늘 밑 그 향기 더하는데
우 우우우 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우 우우우 우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 밑 그 향기 더하는데
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이문세>
 

은행나무 가로수는 콘크리트로 둘린 회색도시에서 지나가는 차량의 분진과 미세먼지를 마시며 외롭게 녹색 잎을 내민다. 미세먼지는 잎사귀의 기공으로 들어와서 박히고, 가지와 줄기에 붙는다. 지구의 원시 대기 조건에서 대기오염물질을 흡착하고 인간에게 산소를 내어 주던 나무의 숙명은 여전히 인간이 만들어 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도 잡는다.

우리나라 주요 가로수종인 벚나무, 양버즘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를 대상으로 탄소 흡수 기능을 평가한 결과, 맑은 날 250㎡의 엽면적을 기준으로 하루 동안 가로수 한 그루는 성인 1~4명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성인 1~3명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수치였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시선 유지를 통한 교통안전, 도시미관 제공 효과, 그늘 제공에 따른 폭염 완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 야생동물의 통로 및 서식지이기도 하며, 도시숲 그린 인프라의 축이다.

가로수길 중에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전남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충북 청주 양버즘나무길 등, 전국적인 관광명소도 있다.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남이섬 메타세콰이어길처럼, 가로수는 외국 관광객을 증가시켜 인간의 소득증가에도 한몫한다.

우리나라에 가로수로 쓰인 나무는 총 150종으로 전체 목본식물 약 900여종의 16.7%에 해당한다. 그루 수로 보면, 벚나무류(16.6%), 은행나무(11.0%), 이팝나무(7.0%), 느티나무(5.8%) 등의 순이다. 2020년 ‌기준 ‌국내 ‌가로수는 ‌총 ‌944만4829본이고,‌ 인구 1000명당 ‌199그루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도로 10만8129km 중 4만4034km인 40.7%에 가로수가 있다.

가로수는 법적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제외한 도로와 보행자전용도로 및 자전거전용도로 등 도로의 도로구역 안 또는 그 주변지역에 심는 수목을 말한다.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가로수에 대한 자료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 도로와 가로수의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 존재하며, 중국 주나라 시대에 열수(列樹) 라는 말이 있었고, 1453년 조선 단종 시대에 큰 길 좌우에 나무를 많이 심고서 벌목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소가 있다. 또한 1760년, 조선 영조 시대에 청계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준천사라는 조직을 둬 치산치수를 했는데, 하천변에 소나무, 오리나무, 능수버들 등의 식재를 한 기록이 있다.

한편 1895년 고종 때 도로변에 나무를 식재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국민의 소득 증대에 따라 가로수는 단순한 대기오염물질을 여과하는 필터가 아니라 여가 활동 공간, 치유 공간 등 안식처로서 봐야 한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폭염을 이겨내며 산소를 내어 주는 가로수는 우리 몸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다. 단순한 도로의 부속물과 미관효과를 갖는 도로 중심 용어인 가로수를 넘어서, 생명적 기능을 갖는 나무를 위해서는 ‘줄나무’, ‘수림대’ 등 나무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 생육기반인 토양조건 개선, 한 줄보다는 두 줄, 단층보다는 복층으로 두껍고 길게 식재해 도시 그린 인프라의 핵심으로서 나무를 자리매김해야 한다.

인권과 동물권리도 중요하지만, 흔히 우리가 보는 나무의 권리도 중요하다. 가을철 노란 잎 은행나무의 가로수 가지 끝에 내년이면 달릴 연한 녹색 잎을 본다.‘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노래에서 봤던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을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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