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관리비 빼돌리고 잠적한 경리 16일 만에 붙잡혀
“빚 많아 갚는 데 썼다”는 경리, 수중엔 500만원만
“횡령 관리비 못 받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입주민들 불안

경리직원의 횡령사고가 일어난 광주 광산구 A아파트에 게시된 특별위원회의 횡령 관련 보고서.
경리직원의 횡령사고가 일어난 광주 광산구 A아파트에 게시된 특별위원회의 횡령 관련 보고서.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광주광역시 한 아파트에서 관리비 수억원을 빼돌리고 달아난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이 16일 만에 붙잡혀 경찰에 구속됐다. 

광산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로 40대 후반 A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5일 이후 잠적한 A씨를 추적하다 21일 경기 부천시 길거리에서 발견해 체포했다. 

A씨가 25년간 경리로 일했던 광주 광산구 B아파트는 A씨가 5일부터 돌연 출근하지 않자 다른 직원에 은행 업무를 지시했다가 관리비가 사라진 정황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초 A씨는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이체내역 등을 조작해 아파트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등 7억여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횡령 소식이 전해지고 이 아파트에 구성된 특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횡령 규모가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확인돼 피해 회복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A씨를 붙잡을 당시 A씨는 수중에 500만원 정도만 들고 있었다. 달아날 당시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 남아 있던 3000만원까지 모두 인출했던 A씨는 도주 과정에서 숙식과 생활용품 구입 등에 나머지 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A씨는 “빚이 많아 관리비를 횡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와 추가 횡령, 은닉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A씨가 잠적한 16일 동안 불안에 시달렸던 아파트 입주민들은 A씨 체포 소식에 잠시 안도하면서도 횡령금액이 더 불어날 수 있고 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방식이 위탁관리일 경우 관리직원 횡령에 대해 관리회사에 민법상 사용자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때 관리회사는 관리소장이나 횡령 당사자에게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A아파트는 자치관리 방식이어서 손해를 보전받을 관리회사가 없다. 

자치관리일 경우 책임을 물을 관리회사가 없어 횡령 직원을 통해 피해를 보전받아야 하는데 이 직원이 횡령한 관리비를 다 써버렸거나 도망간 채 붙잡히지 않을 경우 등 횡령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오정환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는 “자치관리 아파트에서 횡령직원에게 손해를 직접 청구하기 어려울 경우 관리소장의 보증보험, 공제·공탁 등을 통해 손해를 일부 보전받을 수 있다”며 “손해배상합의서, 화해조서, 확정판결문 등 필요한 서류를 갖춰 보험사나 공탁기관에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오 변호사는 “횡령 직원 외에도 관리소장이나 입대의 임원 등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 대해서는 민사상 과실책임을 물어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2월 발생한 수억원 규모의 서울 노원구 아파트 경리 횡령사건에서는 범행 당사자인 경리직원과 그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던 관리소장이 잇따라 목숨을 끊어 충격을 안겼다. 자치관리였던 이 아파트 입대의는 피해 보상을 위해 신원보증보험계약의 보험금으로 2억3000만원을 수령했고 관리소장이 가입해뒀던 협회 공제보험을 통해 가입금액에 해당하는 5000만원을 지급받았다. 

경리직원을 지휘·감독하면서 오랜 기간 많은 규모의 횡령범행을 알아채지 못한 관리소장에 과실이 있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보험금 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더해 입대의는 경리직원과 관리소장의 유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관리소장의 재산을 상속받은 유족들로부터 횡령액에서 보험금을 뺀 총 6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다만 경리직원의 자녀들은 재산상속 포기 신고를 해 손배 책임을 면했다. 

오 변호사는 “위탁관리 방식의 아파트에서는 관리업무 전반을 위탁사에 맡기게 되므로 관리직원이 횡령을 저지를 가능성에 대비해 아파트 측에서는 위탁계약서에 횡령·배임 사고에 대한 책임조항을 포함시켜 횡령사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둘 수 있다”면서 “관리업무 전반에 대해 입대의도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회계자료에 대한 월간 검토, 출납자료 이중확인 시스템 구축 등 일정 수준의 감시 및 검토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위탁사 선정 시 재무건전성, 유사 사고 이력, 책임 수용 범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계약 갱신 시에도 동일 기준으로 성과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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