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의 대규모 아파트에서 수억 원대 관리비를 횡령한 경리직원이 도주 16일 만에 체포됐다. 초기에 드러난 피해 금액은 7억원이었지만 아파트의 자체 조사 결과 횡령 금액이 약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추가적인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당 아파트는 매년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왔음에도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횡령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이 아파트는 자치관리로 운영돼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횡령금 회수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다.

자치관리는 이론상으로는 주민 참여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지만, 현실에서는 전문성 부족과 내부 견제 장치의 부재로 오히려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자치관리 체계의 구조적인 허점이다. 관리소장과 경리 등 핵심 인력이 주민들에 의해 직접 채용되지만, 회계 지식이나 감사 경험이 부족한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들을 제대로 감시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장기 근속한 직원이 업무를 독점하게 될 경우 회계 조작이나 이중 지출 등을 통해 거액을 빼돌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처럼 대규모 횡령이 반복됨에도 외부회계감사 제도가 정부의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처럼 외부감사를 수년간 받았음에도 수십억 원의 횡령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파트 외부회계감사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지난 2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부동산산업의 날 컨퍼런스에서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장이 아파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 의무화가 입주민의 관리비만 축낼 뿐 실효성이 없고 면죄부만 주고 있다는 말이 명백히 사실임을 이번 사건은 입증해 주고 있다.

외부감사는 기본적으로 제시된 증빙자료를 기반으로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됐는지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외부 감사인이 횡령 사실을 놓쳤다고 해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 따라서 ‘외부회계감사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사실을 일반인들은 잘 알 수가 없기에 정부가 법을 통해 의무화하는 아파트 외부회계감사에 호응을 하는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있다고 고집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횡령 사고 이후다. 자치관리인 경우, 횡령자가 형사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실제 횡령 금액을 회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법원 판결을 통해 민사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도 실질적인 금전회수가 거의 어려워 결국 아파트 입주민들이 손해를 떠안게 된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회계 권한을 단일 인물이 독점하는 구조를 개편해야 하며, 통장, OTP, 인터넷뱅킹 접근 권한은 최소 2인 이상이 공동으로 확인하고 상호 점검할 수 있도록 분산해야 한다. 입대의 임원이나 감사가 실질적 회계 감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회계 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에서는 위탁관리를 유도하고 더불어 신뢰할 수 있는 관리업체에 대한 인증제를 도입해 전문성 있는 위탁관리회사가 순환근무, 감사 등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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