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 위험…통제장치 필요
출금전표 건별로 작성‧날인
출금 후 통장‧지출증빙 등 확인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광주광역시의 1500세대 규모 아파트에서 거액의 횡령사고가 일어나 관리현장에 또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경찰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최근 이 아파트에서 25년간 경리직원으로 근무했던 B씨를 관리비 횡령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B씨는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비 출납업무 시 인터넷뱅킹을 사용하기 시작한 2016년 무렵부터 10년 가까이 아파트 관리비를 빼돌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은행 창구를 통한 출납업무에는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날인이 필요하지만 인터넷뱅킹은 그러한 절차 없이 보안 비밀번호만 알면 이체가 가능해 B씨가 쉽게 관리비 통장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인터넷뱅킹은 통장에 표시되는 이체대상 명칭 변경도 용이해 B씨가 조작한 거래내역을 관리소장이 알아채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B씨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직원들의 퇴직금 정산을 의결하자 자신의 횡령으로 관리비 통장이 비어 있는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듯 5일부터 돌연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에 다른 직원이 대신 출납업무를 보러 은행을 방문했다가 관리비 통장이 비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별도로 적립돼 있어야 할 장기수선충당금 7억원도 남아 있지 않았다.
B씨는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한 상태로 10일 경찰은 B씨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알렸다.
A아파트는 현재 증발해버린 관리비로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TV수신료 등 공과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돼 입주민들이 비용을 다시 충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파트 관리가 자치관리 방식으로 운영돼 책임을 물을 위탁관리업체도 없는 상태다.
기본적 내부통제 지켜져야
이번 광주 아파트 횡령사고에 관리업계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사례로 또한번 업계 전체가 의심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에서는 정해진 회계처리기준 등에 따라 출납업무를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통장과 잔액증명서, 재무제표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웬만하면 오류를 발견해 바로잡을 수 있다. 이에 A아파트에서 왜 B씨의 횡령을 막지 못했고 뒤늦게야 알아챘는지 의아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강동희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 사무국장은 “A아파트 현 관리소장은 해당 단지에 근무한 지 3년 정도 돼 인터넷뱅킹 사용 승인은 전임 소장이 있을 때 이뤄졌다”며 “현 소장이 배치될 때 관리비 통장의 관리소장 직인이 바뀌었음에도 은행에서는 해당 소장에게 인터넷뱅킹을 유지할 것인지 확인하지 않았고 B씨가 입대의 회장만의 동의하에 기존 인터넷뱅킹 거래를 계속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 사무국장은 “인터넷뱅킹은 횡령사고 등 위험이 있어 아파트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직접 은행 방문을 통해 출납업무가 이뤄지도록 해 출납 때마다 출금전표에 관리소장과 입대의 회장의 인감을 당사자를 통해 매번 찍어가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고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대로 관리소장은 매월 관리비 예치 통장의 잔고증명서와 관계 장부상 금액이 일치하는지 확인해 최소한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그 외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은행에 입출금내역 문자통지서비스를 신청할 것을 강조했다.
공동주택 회계 전문가인 김정열 공인회계사는 “관리소장이 출금결재 당시 지출결의서와 출금전표를 제대로 확인하더라도 이후 경리직원의 실제 출금 업무 시 고의 또는 오류로 달리 이체가 될 수도 있으므로 사전승인뿐만 아니라 사후검토과정에서도 내부통제를 갖춰야 한다”며 “경리직원의 출금업무 직후에 지출결의서대로 관리비가 집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통장과 지출증빙(영수증‧이체증) 등을 대조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A아파트에서는 법령에서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는 외부회계감사를 매년 실시해왔음에도 그때마다 B씨의 횡령사실이나 회계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업계에서 외부회계감사 무용론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장은 “결산검사에 불과한 외부회계감사는 감사보고서에 회계사는 업무내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돼 있고 금융사고도 발견하지 못해 아파트에 실질적인 도움 없이 입주민 부담에 따른 비용만 나가는 불필요한 제도”라면서 “외부회계감사 대신 아파트 자체 감사와 위탁관리회사의 감사, 지자체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각 단지에서 필요한 경우에만 세무사나 회계사 등 전문가에 검증을 의뢰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서진 대한주택종합관리 회계과장은 "본사에서 사업장 회계사고 방지를 위해 직접 단지의 회계서류를 점검 결재 후 단지 결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이러한 본사 감독을 통해 회계사고 방지는 물론 과태료로 이어질 수 있는 업무관련 실수까지 관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