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임성용              경기도 A아파트 입대의 회장

입대의 회장이 된 지 20일 정도가 지났다. 현재 심정은 입대의 회장은 바보거나 단단히 미친 사람임에 틀림 없다는 것이다. 한달에 20만원 직책 수당을 받고 이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2년간의 동대표 임기가 끝나면서 기존 입대의 회장의 소통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몇몇 동대표들이 ‘다음에는 회장을 해 보라’고 권했다.

새로운 동대표들이 확정되고 회의실에 모였다. 회장과 감사 등 임원과 관련해 이야기가 오갔는데 이전까지는 대부분 단수로 추천되고 입주민들의 찬반 투표만 했다고 한다.

전임 회장이 다시 회장을 하겠다고 나섰고, 단독 출마는 아닌 것 같아 나도 회장으로 입후보를 하겠다고 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총 3명이 출마를 결심했다.

회의 후 전임회장 외 3명이 아파트 벤치에서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회장 후보를 서로 양보하다가 어쩔 수 없이 내가 회장후보로 다른 동대표가 감사 후보로 나서기로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후보 양식을 받아서 봤는데 내용이 너무 간단했다. 아파트 임원을 얼굴이나 나이로 뽑는 것도 아닌데 후보 공고가 너무 부실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록을 마친 후 임원 후보들이 아파트 회의실에서 입주민들에게 임원으로 나온 이유를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나는 발언을 마치며 “아파트를 대표하는 회장인만큼 보수를 받는 것보다는 더 많이 일을 하겠지만, 생업이 있기 때문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서 회장직을 수행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후 후보자들과 입주민들이 간담회를 가지고 선거를 진행했다. 나는 약 80%의 득표로 당선됐다.

사실 아파트 동대표 및 입대의 임원은 별로 인기있는 자리가 아니다.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그 이유를 실감했다.

동대표들과 카톡단톡방을 개설하고, 3년 전에 공사한 아파트 옥상 방수 A/S건 때문에 공사업체와 보증보험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바빴다. 은행에 도장을 등록하느라고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같이 몇 개나 되는 은행을 돌아다녔다.

첫 회의 안건 및 내용들을 관리소장과 조율하고 동대표들 단톡방에도 안건에 대해 공유하고 의견들을 들었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비용 사인도 하고 회의 안건들에 대한 조율, 다른 동대표들과의 소통을 하다보니 시간이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회장 직책수당 20만원을 받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직접 경험해보니 아파트 임원을 단순한 봉사직으로 생각하는 세간의 인식이 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부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회장으로서 마음의 부담감이 앞서지만, 이왕 맡게 됐으니 배우는 것도 많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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