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ICT(정보통신기술) 칼럼

한국공동주택정보통신전문가협회 남우기 회장(정보통신기술사)
한국공동주택정보통신전문가협회 남우기 회장(정보통신기술사)

얼마 전 가스설비를 다루는 전문가로부터 문의 전화가 왔다. 500세대 정도의 아파트에서 세대마다 설치돼 있는 가스계량기를 교체하려고 하는데 기존제품과 다른 타사의 제품으로 교체하려 하니 기존 원격검침시스템 업체에서 세대당 1만원의 접속비용을 달라고 해서 세대에 설치된 계량기는 통신선을 통해 관리사무소의 컴퓨터에 연결돼 있으니 뭔가 통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해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아파트에 설치된 원격검침용 가스계량기는 계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검정을 받은 제품이 설치돼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검정을 받거나 교체해야 한다. 아파트에 설치되는 통상적인 가스계량기는 5년이 검정의 유효기간이고, 원격검침 관련 계량기의 비용은 아파트 각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아파트 원격검침용 가스계량기 부품의 제조업체를 알 수 없거나 제조업체가 없어져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계량기 단말을 교체해야 하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 계량기와 달리 원격검침 가스계량기는 측정된 사용량 정보를 관리실 등에 있는 컴퓨터로 전달하기 위해 통신망을 이용해 계량데이터 및 제어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인데 계량기와 컴퓨터 간에는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방식이 정해져 있다. 이를 프로토콜(통신규약) 이라고 한다.

프로토콜은 송·수신 장치간 정해진 데이터 교환 방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컴퓨터와 계량기간의 프로토콜이 일치하지 않으면 데이터 교환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통신설비를 사용하는 모든 설비는 목적에 맞는 방식으로 프로토콜을 갖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통신방식인 프로토콜은 물리적인 매체에서부터 응용프로그램까지 여러 계층으로 나눠져 구성돼 있으므로 사용하는 시스템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해 활용할 수 있다.

필자에게 문의한 아파트는 가스계량기를 타사의 제품으로 교체하려고 했더니 계량기 비용과는 별도로 세대당 1만원씩 총 500만원을 내라고 했다고 한다. 기존에 설치한 컴퓨터와 접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타사의 제품과 프로토콜을 맞추기 위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원인은 원격검침의 공용부에 해당하는 컴퓨터 및 관리시스템과 세대에 설치된 계량기가 하나의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컴퓨터와 계량기간 데이터 교환을 위한 프로토콜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프로토콜이 표준화되면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어떠한 제품과도 상호 연동이 된다. 제품 제조사가 이를 모를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자신만의 폐쇄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일단 제품이 설치되면 해당 아파트는 자신들이 독점하기 쉬운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배제되고 그 폐해는 소비자의 몫이 된다.

해결책은 매우 단순하다. 제조업체들이 모여서 계량기와 컴퓨터 간에 통신방식을 표준화하면 된다. 이미 설치된 장치들에 대해서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라고 하는 공용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모듈을 제공하도록 하면 된다. 아파트에서는 원격검침을 도입할 단계부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설비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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