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ICT(정보통신기술) 칼럼

한국공동주택정보통신전문가협회 남우기 회장(정보통신기술사)
한국공동주택정보통신전문가협회 남우기 회장(정보통신기술사)

몇 가지 설비로만 구성되던 예전의 아파트와 달리 최근의 공동주택은 발전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설비들이 함께 설치돼 입주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은 아파트 구석구석에 설치돼 각종 첨단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서 정보통신기술 없이는 아파트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다.

아파트 주변과 각종 시설물을 감시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 세대 내외의 각종 기기의 제어와 편리한 사용자 기능을 담은 월패드로 상징되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차량번호인식 기반 출입 통제와 지하 주차장 주차유도 등의 주차 관제시스템, 전기·가스·수도의 원격검침시스템 등 정보통신설비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장착해 더욱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아파트를 안전하고 편리한 삶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설비가 됐다.

이렇게 다양한 정보통신설비가 설치됨으로써 운영 과정에서 유지보수의 요구도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사무소에는 정보통신설비를 다루는 전문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정보통신기술은 상호 연동돼야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기술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설비를 눈으로만 파악해서는 판단하기 어려워 유지관리와 보수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설비의 수명주기가 다해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공사의 경우에는 전문가에 의뢰해 설계 용역으로 하고 시공 과정에도 감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발주자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전문성이 없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용역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 발생하는 소규모 유지보수(공사)는 대부분 공사업체나 제조업체가 제출하는 기술보고서 등을 믿고 수의계약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관리사무소에 전문성을 가진 직원이 있다면 보수공사를 의뢰할 업체와 협의 과정에서 공사의 내용이나 비용의 적절성이 판단할 수 있겠지만 아파트에 전문성을 가진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관계로 순전히 시공업체(또는 제조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통신설비는 특성상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더욱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수의계약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교체 공사가 아니거나 설계 도면을 새로이 작성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설계를 하고 감리를 시행해야 한다. 유지보수 공사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관한 판단조차 쉽지 않다.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의결을 거쳐 건축사, 기술사 등을 외부 전문가로 위촉해 공용부분 공사에 관해 자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설비의 경우 매우 전문적인 기술 분야이므로 이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사회와 같은 전문가 단체의 추천을 받아 자문위원을 위촉해 두고 공사의 계획 수립 또는 수의계약 등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 있을 때 자문받도록 한다면 설비의 원활한 운용과 유지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업체가 제출한 기술보고서가 합당한지, 공사의 규모와 비용이 적절한지, 문제의 해결 방안이 합당한지 등의 전문적인 사항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 결과를 주민 게시판에 공개함으로써 주민들과 소통뿐 아니라 설비 관리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공 과정에 공사업체도 더욱 성실하게 임할 것이고 입주자 민원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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