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주택관리사
김태완 주택관리사

최초 입주 분양아파트의 위탁관리계약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니라 발주자(시행사)와 체결한다. 그렇게 체결된 계약은 입주자의 과반수가 입주할 때까지 통상 3달 정도만 유효하고 그 이후에는 다시 입대의와 계약을 해야 한다. 계약을 못하면 3달 근무하고 다시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입대의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관리사무소장에게 많은 재량이 주어지는데 재량만큼 할 일도 많고 조심스럽게 처리할 일이 많다.

예를 들면 분양자 인터넷 카페 회원과의 관계설정, 입주쓰레기 청소, 입주 단지 내에 설치하는 부스 등등.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되는 일이 없다. 입주 후 첫 동대표들과의 재계약을 힘들게 하는 건 이뿐만 아니라 입주 받는 관리주체를 발주자(시행사)가 선정했기 때문에 동대표들의 잠재의식으로 향후 하자처리문제에 대해 관리소장이 입주민이 아닌 발주자의 편에 설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렵더라도 인터넷 동호회와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동안 관리사무소의 애로 사항을 인터넷 동호회에 보고했고 주말마다 간담회 형식으로 입주 주민 누구나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동대표도 아닌데 굳이 회의를 열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겠지만 어차피 3개월 이후의 위탁관리계약은 이들 중 몇 사람과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소통이 필요했다.

인테리어 쓰레기는 암롤박스(arm roll box)로 처리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관리비로 부과하기도 그렇고 해서 단지 내에 부스를 허용하면서 받은 돈과 건축, 토목, 전기, 기계 등 공종별 시공업체에 협조를 통해 해결했다.

공종별 시공업체는 자기들도 불가피하게 버리는 쓰레기도 있고, 향후 입주민의 하자 민원 처리 과정에서의 관리사무소 역할을 기대하며 어느 정도까지는 그 비용을 분담해 줬다. 또 입주 중 고민되는 일은 기전과장과 경리주임의 시간외 수당이었다. 당초 위탁회사에서는 최초로 구성되는 입대의의 분란을 예상해서 시간외 수당을 주지 말고 대근(바쁠 때 시간외 근무를 하고 바쁘지 않을 때 휴가를 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을 활용하라고 했으나 소장이 판단할 때는 현실적으로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대표들이 구성된 후 첫 회의 날, 첫 질의가 입주 후 지금까지 부스 설치로 받은 돈의 처리에 대한 것이었다. 예상된 일이었기에 사전에 배포한 자료대로 보고했고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두 번째 질의가 기전과장과 경리주임에 대한 시간외 수당이었는데 동대표의 의사결정 없이 관리소장이 임의로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면 되냐는 것이다.

이에 출퇴근 시간을 서명한 출근부를 제시하며 “일단 근무한 만큼 시간외 수당을 지급했고 매 주말 관리사무소에 출근해 일하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 그리고 위탁회사에서는 대근을 활용하라고 했는데 입대의가 구성되고 재계약이 성사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나중에 휴가를 줄 테니 일방적으로 믿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근무를 했어도 시간외 수당을 받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나의 항변이 통했는지 회의는 별탈 없이 끝났다. 경험에 비춰보면 관리업무 중 찜찜했던 일은 준비 없이 묻어 두면 안 된다. 관리소장 업무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한 일에 대한 비밀은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대한 명분이 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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