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주택관리사
김태완 주택관리사

입주 받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관리사무소장이 하는 일 중에 제일 인력으로 안되는 게 층간소음이다.

입주민 ㄱ씨는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강한 인상을 지닌 여자분이었는데 실제 성격은 인상보다도 훨씬 강하셨다.

이 입주민이 처음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접수하러 왔을 때 누가 봐도 층간소음 때문에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낄 정도로 얼굴엔 무숙면(無熟眠)으로 인한 피로감이 절어 있었다.

이 입주민의 윗집에는 3살 된 아들과 임신한 아내를 둔 회사원이 살고 있었는데 거실 바닥 전체를 3cm 이상 되는 방음 매트를 깔고 생활했음에도 그 움직임이 아래로 아주 촘촘히 전달됐었는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입주민이 사는 세대는 TV와 비키니 옷장 정도의 아주 단촐한 가구밖에 없어 각각의 방이나 거실 전체가 이웃의 움직임을 더 크게 전달하는 울림통 역할을 하고 있었다. ㄱ씨는 원래 은퇴한 노병인 남편과 시어머니와 살다 아파트를 분양받고 몇 해 전에 시골로 이사를 갔다가 회사에 다니는 자녀들의 생활 지원을 위해 일주일의 반을 시골서 나머지 반을 여기서 지내고 있었다. 아파트에 있는 날도 자녀들 직장의 특성 때문에 자주 올 수 없어 홀로 있는 날이 많았다.

처음엔 층간소음이 크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떤 일인지 모르지만 윗집과 다툰 후부터 본격적으로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관리사무소에 오기 전 이미 윗집에 올라가 층간소음을 항의하다가 서로 고운 말이 오가지 않았고 윗집에서는 아예 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일체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다가 윗집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현관문을 거세게 잡아당기다 도어락을 고장 내기까지 했다. 경찰이 오고 도어락 비용을 물어줘도 이 입주민의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은 끝나지 않았다. 수시로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하고 인터폰을 했다. 직원들의 피로가 극심해 나에게 더 이상 이 입주민의 민원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그래서 ㄱ씨에게 관리소장인 나에게 직접 얘기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나인들 때때로 경찰의 중재도 실패한 새벽 1~2시에 오는 층간소음 항의를 성의있게만 받아 줄 수는 없었다.

이를 느꼈는지 어느 날인가부터는 다른 민원으로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관리사무소에서 진행하는 계약서를 보여 달라, 동대표 회의록을 보여 달라는 등이었다.

심지어는 재활용 분리수거 업체의 계약단가가 최초 분양 시 단가와 그 후 단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며, 판교에서 신갈까지 왕복 42km를 비가 내리는 날 자전거를 타고 찾아왔다며 재활용업체 사장이 나한테 언질해 주기까지 했다.

입주 시에는 인테리어 쓰레기 등이 재활용품과 제대로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그 후의 재활용단가와 현저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 줬지만 이 입주민은 그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관리사무소장에게 이런 입주민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다. 이 입주민을 달랠 다른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이럴 땐 상대에게 흠을 잡히지 않게 조심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시간은 또 많은 것을 해결해 주겠지 하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면서 기다려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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